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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독서치료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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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의 첫걸음
명창순 지음
푸른책들


 무기력했던 2007년은 책 속에서 허우적댔다. 우연히 나는 책을 가까이 둘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무작정 읽었다.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기이하게 즐겼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을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힘을 얻었다. 거대해 보였던 현관문을 밀 힘이 생겼다.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밖인데, 역시 안이라 느낄 수밖에 없는 비극이 여전히 잠재하고 있었지만, 의도 않고 움직이고, 목적없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림자가 늘 따라붙었다. 명확한 지향점이 없는 움직임은 허망했지만, 불유쾌의 그것은 아니었다. 길은, 우연히 열린 것처럼 보였다. 2008년 봄날에 나는 '독서치료' 강좌를 들었다. 그것도 무료로 들었다. 나는 지금 '독서치료'를 한다.

 

  <독서치료의 첫걸음>을 읽기 전, 그러니까 2008년 봄날에 나는 <독서치료>(김현희/ 학지사)를 읽었다. 육신과 혼이 즐겨 이원화되는 터라 <독서치료>는 건성으로 읽고, 덮어버렸다. 그리고 최근에 <독서치료 어떻게 할 것인가>( 이영식/ 학지사)를 읽었다. 지금 나는 <독서치료의 첫걸음>을 넘겨본다. 이 책에서는 이미 알고 즐겨 사용하던 책도 곧잘 찾아볼 수 있고, 모르던 책, 내가 필요로 하는 책,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정보가 <독서치료의 첫걸음>에 가득 실려 있었다. 즉 내게는 <독서치료의 첫걸음>의 이론적인 측면보다는 현장에서 글쓴이가 경험한 사례, 그리고 책 정보가 더 살가웠다. 해서 <독서치료의 첫걸음>이 가진 큰 장점은 이론보다는 실제 상담과 활용도서 소개이다.

 

  독서지도와 독서치료, 그 차이를 먼저 알고 <독서치료의 첫걸음>을 경험해야 혼선이 없을 것이다. 목적지향적인 글읽기가 실행되어야 한다. 교육과 상담의 차이. 실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심리학 강좌에서 경험한 한 강사의 이야기이다. 체벌하는지요 물으니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고 한다. 당신의 자제분에게 매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요? 하니 손 든 절반 가운데 다수가 손을 내렸다고 한다. 실제 자녀를 교육할 때 매를 습관적으로 드시는 분은요? 하니 서서히 손을 내리더란다. 남의 아이는 때리면서 교육해야 옳고, 제 자식은 귀히 여기며 가르친다는 생각, 그것은 옳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존중'이다. 상담은 '존중'이다. 그 장면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하는 것이 상담이다. 물론 내담자가 사회 일반적인 정서에 반기를 드는 생각을 주장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담은 그가 틀렸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치료는 상담의 한 유형이다. 책을 다리 삼아 내담자와 상담자가 '소통'하는 것이다. 모든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을 스펀지 물 빨아들이듯 듣는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사람에게는 제각각 기질이라는 것이 있고, 어느 치료사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느끼는 본능이 있다. 참여자로 독서치료의 마당에 위치할 경우,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누가, 어느 장소의 누가 '나'에게 도움을 줄 만한가,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독서치료 그 자체는 사실 별것 아니지만 혼자서는 역동을 형성하기 힘든 것, 상담자는 참여자가 자신을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때때로 참여자(내담자)의 성향에 따라 지시하고, 훈계하기를 바라는 경우도 물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독서치료의 첫걸음>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상담장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내게 필요한 심리치료로서 독서치료가 적합한가를 살필 수 있다. 별것 아닌 것이 대단한 경우가 많다. 독서치료의 장에 몰입되는 순간, 책은 단순히 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활자매체를 막론하고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모든 도구들은 독서치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읽는 동시에,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듣고 말하는 능력이 '나'로 통하는 길로써 작용한다. 독서치료는 '나'에서부터 시작되어 다시 '나'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론보다 상담 실제에 더 주목해야 할 책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에 더 명심하고 읽어야 할 책이다. <독서치료의 첫걸음>이 소개하는 많은 책들을 더불어 경험하면, 독서치료에 대한 가닥이 얼추 골격을 세우게 될 것이다. 독서치료를 체험할 수 있는 한 징검돌로서 <독서치료의 첫걸음>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 수록된 다양한 서적들까지 탐독한다면, 독서치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후련한 이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환(key18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