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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사, 천하의 경영자 -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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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천하의 경영자 -상,하
차오성
바다출판사

 

    출판사에 묻고 싶다. 글쓴이 나이가 서른 하나가 맞냐고..?!

    539쪽/ 581쪽. 1000쪽이 훨씬 넘는 두 권의 책을 덮고 나니, 숨이 찬다. 책 말미에 실린 글쓴이 차오성曺昇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있자니 더욱 숨이 찬다. 글쓴이에 대한  소개글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인터넷이 탄생시킨 중국 신세대 역사 스토리 텔러....略..... 2006년부터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티엔야왕에서 이 책을 연재하였고, 출간 즉시 중국 역사서 부문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였으며 평단으로부터 '노신의 예리함과 밀란 쿤데라의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서른한 살이 된 차오성은 이 작품을 통해 하루아침에 중국 역사학계를 이끌어갈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뭐야....? 겨우 서른 하나라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나이다. 겨우 서른하나라고....?!

 

    이 책은,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이룩한 진시황의 측근 이사斯의 생애를 담고 있는 "역사서"이다. 역사서라고 하지만, 차라리 한편의 소설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책이다. 물론 "소설"이라는 말은 글쓴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관한 것일뿐, 그 내용이 소설적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엄청난 배경지식을 가진 그의 글은 무척 매력적이다. 중국인이니깐, 중국사전반에 대한 깊은 지식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문학, 예술, 역사에 대한 글쓴이의 해박한 지식은, 앞서도 던졌던 의문처럼 글쓴이의 나이가 과연 서른 하나 밖에 안 된 게 맞느냐고 몇번이나 묻게 만든다.

 


 

      제목을 잘못 붙인 건 아닌가?  이사斯를 넘어선 "진제국 역사의 재구성"

   이 책은 [이사, 천하의 경영자]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이사라는 인물의 일대기만을 그려낸 책은 아니다. 초나라 상채군에서 곡물창고를 지키는 말단 관리로 있던 이사가, "측간에 사는 쥐와 곳간에 사는 쥐의 '빈부격차'를"(上/p19) 지켜보다가 "이 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어질고 어리석음도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구나!"(上/p19)라는 깨달음을 얻는 장면으로부터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제목과 같이 이 책의 주인공은 "이사"다. 하지만 이사의 인생행로를 따라가며 그가 만났던 다양한 인물에 대해서도 이사만큼이나 상세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이나, 그 밖의 중국사 관련 서적을 통해 단편적으로 보아왔던 춘추전국 말기 즈음부터 漢 초기까지의 역사상의 다양한 사건들, 전쟁과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실로 꿰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시황은 정말 여불위의 아들이었을까? 여불위. 특이한 내력으로 진나라 초기 정계에 관여했던 인물 노애. 한나라 공자였지만 눌변이었다는 한비자와 이사의 잘못된(?) 만남. 진시황에 복수하려고 자신의 목 베기를 자청했다는 이야기로만 알아왔었는데, 그 이야기의 배경에 엄청난 미모를 가진 부인 밀신과 영정의 동생 성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던 줄은 지금껏 몰랐던 번오기. 한나라의 첩자로 파견되어 진의 국력을 소모하기 위해, 훗날 정국거로 불릴 운하를 만들었다는 정국과 이사의 관계. 그리고 이사의 "간축객서"라는 명문의 상소가 나오게 된 배경.  6국 병합 과정에서의 다양한 사건들. 연나라 태자 단과 형가` 진무양의 진시황 암살 미수사건, 진시황의 불로장생을 향한 염원, 진시황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구 정변. 진시황의 장남 부소의 자결. 환관 조고의 음모에 발을 담근 댓가로 끝내는 요참형에 처해지는 이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깨지고 새살이 붙다....

    진시황과 이사에 대해 교과서적이고 단편적인 역사지식만을 갖고 있었다는 옮긴이의 "하지만 번역을 하는 동안 그러한 나의 고정관념은 숱하게 흔들리고, 깨지고, 새살이 붙어갔다."(下,p572)는 말을 나는 이렇게 바꿔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진시황과 이사와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역시도 숱하게 흔들리고, 깨지고, 새살이 붙었다고.... 글쓴이는 "사람 냄새 나는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그들의 심리를 되짚어 보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취지이다."(上/p11)라고 말하는데, 글쓴이에게 그 취지가 한국에 사는 내게는 무척 잘 전달되었다고 전하며 이 책은 덮어둬야 할 것 같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늘웃자(gloom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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