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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카즈딘 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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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딘 교육법
앨런 카즈딘 지음 | 이주혜 옮김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조카가 놀러왔다. 하다 안되는 일이 있으면 바닥에 일자로 엎드린다. 그리고 징징거리며 운다. 소리의 크기는 점점 높아지고 주변사람들의 얼굴은 찡그려진다. 들어주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 엄마는 이내 지고 만다. 조카는 우리집에 있는 내내 이 행동이 더 강화가 되어버렸다. 조카가 가고나자 단 한번도 그런 행동을 보인 적이 없던 내딸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만 맘에 안들어도 앞으로 확 드러누워버린다. 그리고 누가 옆으로 오면 누가 왔는지 곁눈질로 보다 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더욱 울어버린다. 이거 도대체 어떡해야하나. (참고로 난 무시하기 전략을 폈다. 엎드리고 울면서 말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고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랬더니 이틀이 지나니 그렇게 떼쓰는 것을 잊어버린 듯 하다.)

 

 이런 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보민이는 이제 겨우 16개월, 독립심이 생기고 자존감이 강해져 앞으로 점점 더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릴 일이 자주 생길 것이다. 한 번 아이와의 기싸움에서 선을 잡아야하고 엄마가 아이에게 져서는 안된다는 데 어느 시점에 어떻게 애를 휘어잡아야 할지 초보엄마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육아가 힘든 건 이뿐이 아니다.

 

 생활하면서 잘못 잡아진 습관이나 버릇들을 고치는게 얼마나 힘든지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나 '부모60분'등의 TV프로를 봐서 너무나 잘 안다. 도무지 답이 없는 것 같은 말썽꾸러기들도 방송에서 전문가들은 아이를 어찌나 잘 변화시키는지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나마 나는 아이가 어려서 그런 TV를 보면서는 '나는 절대 저렇게 안키워야지'하고 조심이라도 할 수 있지, 이미 4년 5년 키운 엄마들은 내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가 더더욱 큰 걱정일 것 같다. 육아서들을 읽어봐도 내가 이들 전문가처럼 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쏙 골라 알려주는 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애가 탄다.

 

 이 책은 그나마 내가 본 많은 육아서들 중에서 가장 '방법'을 잘 가르쳐 준 책이다. 제목부터 '카즈딘교육법'이지 않은가. 말 그대로 교육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설렁설렁 대충 한 번 읽고 '오! 이 책 맘에 드는데?',  두번째는 형광편을 들고 줄을 그으며 대학 때 시험준비하듯 공부하듯이 읽었다. 아이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카즈딘교육법'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내가 이해한 카즈딘 교육법을 약간만 소개해보겠다. 교육학에서 유명한 파블로프의 실험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실험인데, 배가 고픈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준 뒤 먹이를 주는 행위를 반복하다보면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실험이다. 배 고픈 개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바로 직전에 '종소리'라는 자극을 주고, 자극 바로 직후에 먹이 즉 보상을 주어 자극을 강화시킨다는 것인데 이 간단한 실험을 이해하면 카즈딘교육법의 이해가 더욱 쉽다. 이 교육법은 변화시키고 싶은 행동 즉 말을 안듣거나 떼를 쓰거나 하는 나쁜 행동 대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시키자는 것이다. 긍정적인 반대행동을 보상해줌으로써 나쁜 행동을 제가하면 효과가 더 강력하며 더 오래 지속되고 체벌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도 없다는 것이다. 가령 짜증내고 떼쓰는 행동을 안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왜 짜증났는지 엄마한테 말하기'라를 것을 선정하고 짜증 내는 것 대신 부모가 바라는 이 행동을 했을 때 바로 보상을 주어 이 행동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아동교육 교수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교육법이 뭐 어때서 그러느냐, 다 아는 것이지 않느냐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 교육법을 설명해준다.

 

  처음부터 교육법을 알려주기 대신 부모들이 반드시 고쳐야 하는 잘못된 통념 7가지를 제시하여 부모 자신을 먼저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부모인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들을 상기시켜 줬다. (이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방법론으로 들어간다. 점수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단순해도 아무상관없단다), 보상은 어떤식으로 해줘야하는지, 얼마나 자주 얼마나 큰 보상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효과가 반감되는지 또는 상승되는지, 일주일에 며칠을 채점해야 하는지 등등 정말 자세하게 가르쳐준다. 변화시켜야 할 점이 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정말 꼼꼼히 읽어보고 방법을 배워서 써보라고 하고 싶다. 나는 아직 보민이에게서 고쳐야 할 나쁜 버릇이 없기에 좀 맘 편하게 읽었지만 필요한 부모라면 어느 한줄 버릴 문장이 없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책사고 처음으로 형광펜으로 줄 쳐가며 읽은 유일한 책이다.

 

 내가 요즘 읽은 육아서들이 대부분 원론적인 이야기나 경험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이 책은 상당히 과학적인 실험과 결과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그리고 잘만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가정의 평화)를 얻을 수도 있을 마법의 책이다. 나처럼 지금 당장 이 책이 필요로 하지 않는 부모라할지라도 (착하고 순한 아이를 키우고있다고 해도) 양육하는 동안에도 잘 이용하면 바람직한 행동을 유지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배울 수 있을 좋은 교육서이므로 추천하고 싶다.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있고, 무엇보다 앨런 카즈딘 박사가 자신이 아는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려 한 것 같은 정말 알찬 책이다. 읽으면서 지금의 나를 많이 돌아볼 수 있는 책이어서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봄이엄마(oj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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