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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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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
내넷 가트렐
웅진지식하우스


현명하게 거절하는 방법!

 

거절을 못해 곤란을 겪을 때가 참 많았다. 대학교1학년때였나.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말을 걸었다. "저, 설문조사 좀 해주시겠어요?" 무슨 설문조사냐고 하니까 책과 관련된 설문조사라고 했다. '세계 책의 날' 과 관련된 설문조사로 5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설문조사가 끝나면 책도 준단다. 다른 설문조사였다면 그냥 지나쳤을법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니던가. 그래서 따라나서서 설문작성을 하였다. 그런데 가만 듣고 보니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두손에는 책이 들어있는 박스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꽤 무겁던 그 상자를 끙끙 거리며 집까지 가지고 왔던 기억이 난다. 공짜냐고? 물론 아니다. 한달에 3만원씩 12개월을 내야 되는 금액이었는데 그 사람 말이 하루에 1,000원을 투자해서 어쩌고 저쩌고~어찌나 청산유수던지. 그 사람 말을 듣고 보니 하루 천원 투자하고 읽고 싶은 책 가져가는건데 그것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다. 그래서 그 무거운걸 끙끙되며 가져오긴 했는데, 한달도 안되서 책은 다 읽었지. 다달이 갚을 생각하니 배가 아프다는 거다. 그땐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낚였다'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라는 책을 읽으며 '그때, 왜 난 거절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을 읽어서 손해볼것도 없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솔직히 그 책이 36만원어치의 가치도 없는것 같고 한달만에 다 읽은 책값을 일년동안 다달이 낼 생각하니 그저 생돈이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두고 두고 읽을만한 책도 아니고 흥미위주로 한번 읽고 말 책을 어쩐지 속았다는 느낌만 들었더랬다.

 

어디 이런 일이 한두번이랴. 당시엔 워낙에 귀도 얇고 거절을 쉬이 못하는 성격이었던지라 그런일이 부지기수였다. 물론 지금은 예전처럼 그렇지는 않다. 보험을 들라는 전화나 가입을 하라는 전화등은 예전같았으면 우물쭈물이었을테지만, 딱 잘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낚여 물건을 사들고 돌아오는 일도 없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한친구에게 거절하는 것은 아직도 참 힘든 일이다. 물론 너무 힘들겠구나 싶은 문제는 거절을 할때도 있지만, 어느정도 내가 해줄수 있는 일이라면 거절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일동안 끙끙될때가 많다. 그리곤 거절못해 결국은 내가 손해를 감수해야 될때도 많다.

 

 

그렇다면 나는 왜 거절을 잘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나의 거절로 인해 상대방이 입을 상처 때문이다. 어떻게보면 나의 잘못도 아닌데 괜스레 죄책감이 든다는 거다. 물론 상대방의 성격에 따라 '괜찮아'라고 말하고 털털 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서운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후에 그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거절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 그런 복잡미묘한 고민에 쌓여 결국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선택을 하곤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반가웠다. 대화법에 관련된 책을 자주 읽는 편이고, 그 책에서 '거절'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볼 순 있지만 잠깐 언급하고 마는지라, 책한권에 걸쳐 살펴볼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웠던 것 같다.

 

 

책에서 11가지의 상황별로 다양한 거절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부모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거절하는 법, 나쁜남자와 제대로 헤어지는 법, 우정이란 이름으로 힘든 부탁을 하는 친구 대처법, 일에 집중 못하게 하는 불필요한 부탁을 거절하는 법, 괴롭히는 상사나 직장동료에게 선을 긋는 법, 공직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권력의 기술, 동정심에 호소할때 죄책감없이 거절하는 법, 공공장소의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법,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위해 의사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기, 내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아픈 가족을 돌보는 방법, 죽음을 앞둔 사람의 부탁에 노라고 말히기 가 바로 그것이다.

 

한번쯤 고민해 봤을듯한 상황이나 사례들이 실려 있어 읽으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착한거절과 비열한거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거절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거절을 두려워 하지 말고, 만약 내가 부탁을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거절하더라도 어떻게 나오면 좀 더 마음이 편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문화적 차이인지 몰라도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고 사례를 들여다 보는건 좋았지만, 모두 다 공감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하게 딱 잡아 설명해 주길 바랬는데 조금은 빙둘러 말하는 느낌도 들었다는 것이 약간의 아쉬움이랄까. 하지만, 이런 문제를 칼 자르듯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든 일일터.

적어도 거절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들여다 보았다는 점, 그리고 거절할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는 점에서 만족하며 책을 덮었다. 책을 읽는다고 바로 당당히 'NO' 라고 말할수는 없겠지만,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내가 되길 바래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별이(rubiya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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