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곤 한다. 천천히 올라갔다가 정신없이 내려오고, 빙글빙글 좌로 우로 아래로 위로 굴곡 많은 롤러코스터는 인생이 된다. 그러나 식상하다. 인생의 껍데기만 말하는 것 같다. 목소리가 담긴 그 무엇이 필요하다. 나카무라 코우에겐 헬터 스켈터,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이 '그 무엇'이 된다.
헬터 스켈터는 비틀즈가 60년대 발표한 헤비메탈 곡이다. 또 '당황하여 어찌할 바 모름'이라는 뜻도 있으며 영국의 유원지에 설치된 나선형 미끄럼틀을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선, 나카무라 코우의 세 번째 소설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에선 마치 나선형 미끄럼틀을 탄 것 같이 빙글빙글 도는 인생, 내려왔다가 올라가기까지 잠시 우왕좌왕 하는 시기, 리셋 버튼을 누르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전주곡 각자의 헬터 스켈터이다.
나는 나의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했다. 끝난 것일까, 아니면 시작한 것일까. 아득한 음악은 확실히 그곳에 있었다. 한 바퀴 돌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바퀴 돌고 온 스타트 지점은 예전에 내가 있던 장소와는 다르다. 시작한 것, 시작하지 않은 것, 들었던 것, 밀할 수 없었던 것. 한 바퀴 돌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을 타고 우리는 돈다. 아래에 도착하면 다시 위로 올라간다.
우리는 올라가기 위해 내려온다. 내려오기 위해 올라가기도 한다. 우리 인생은 돌고 도는 것 같지만 같은 순간은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정확한 황금비율과 달리 인생은 명확하지 않다. 저자 나카무라 코우는 밴드 활동을 했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음악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침착한 내레이션과 달리 헤비메탈의 문을 연 폴 매카트니의 포효로 시작하는 헬터 스켈터의 대비가 탁월하다. 부록처럼 끼워져 있는 데쓰로와 치바의 권외 이야기도 음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학생 고바야시는 대학을 중퇴한다.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보다 짐작할 뿐이다. 고바야시는 파트 타임이었던 학원 강사 일을 늘리고 돈을 모아야겠다고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밴드 멤버 모집 사이트에 자신이 가르치던 특별학생 요시모쿠 이름으로 밴드를 모집한다. 고바야시가 원래 밴드에서 보컬을 했었는진 여전히 알 수 없다. 단지 짐작할 뿐이다. 모집 메일을 보고 베이시스트와 기타와 드럼이 모였다. 다 같이 토요일 여섯시에 모여 각자 해석한 헬터 스켈터를 즉석 연주하기로 한다. 그리고 보컬이 합류한다. 요시모쿠 이름으로 밴드를 모집한 보컬 고바야시는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본명을 밝히기로 했기 때문에 보컬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밴드 멤버들도 조금 이상하다 생각하겠지만 짐작할 뿐이다. 고바야시는 밴드 연습 시간에 스튜디오에 가지 않고 학원 옥상에서 요시모쿠를 이발해 주면서 헬터 스켈터를 듣는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제시간에 모여 연주하겠지. 고바야시 역시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고바야시의 밴드 연습은 여덟시 반부터다.'
선정적인 기타의 인트로가 흐르고 폴 매카트니의 외침이 그것을 깨뜨렸다. 수도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차들의 소음에 섞여 격렬한 디스토션 사운드가 포효했다. 나는 소리가 갈라지기 직전까지 볼륨을 높였다.
시간이 되면 나는 나를 위한 해로운 노래를 부르려 한다. <헬터 스켈터> 다음 곡은 < 롱 롱 롱> 이지. 아주 조용하고 수수한 곡이지만, 어디선가 생명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조지 해리슨의 무난한 튜닝. 듣는 것은 너야 요시모쿠.
기타 선율을 조율하는 것처럼 소설은 불안정하게 시작해 안정적으로 끝마침한다. 시리즈 전작에 해당하는 <<이력서>>와 <<여름휴가>>도 함께 읽었다면 작가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듯하다. 작가에 대한 이해는 전작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아도 말이다.
나카무라 코우,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7년,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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