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그녀에게: 서른 일하는 여자의 그림공감
곽아람 지음
아트북스
서른 살의 여자가 서른 명의 화가가 그린 서른 점의 그림으로 서른 편의 자잘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것이 이 책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해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우리가 일하는 여자라면, 비슷한 연령대라면, 그녀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내가 알고 있는 그림에 빗대어 살며시 내려놓는 듯한 잔잔한 수필집 같은 책이 좋다.
총 30점의 그림 중 10점 정도는 화가와 제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그림이며, 5점 정도는 제목은 몰라도 누가 그렸는지 대충의 화풍만 보고도 알아맞힐 수 있었던 그림들이었고 나머지 15점 정도는 처음 접하는 그림들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고 미술사를 공부해 본 적도 없지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미술관련 책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꽤 좋아해서 그녀의 그림 공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네는 이런 말을 했다.
" In order to see, we must forget the name of the thing we are looking at ."
사물이란 빛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인상을 지니고 있다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인데,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모네의 이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그림으로 말하게 된다면 아마 똑같은 그림을 보고서도 나는 슬픔을 떠올리고 다른 사람은 기쁨을 떠올릴 것이라고 말이다. 즉 내가 어떤 그림을 처음 접했을 당시 나의 감정 상태에 따라 내 머릿 속에 각인될 그 그림의 이미지 역시 다르게 기억되리라는 것이다. 서른의 그녀가 던져준, 아니 서른 점의 그림이 서른의 그녀에게 전해 준 이 이야기들은 이 그림들을 볼때마다 내 기억을 헤매게 될 것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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