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
스즈키 도시후미 지음
서돌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만 그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계속 변해간다. 십 년 전에는 익숙한 장소였던 곳을 찾아가면 자신이 기억하는 대부분의 건물들은 다른 건물들로 교체된 경우가 많다. 지형지물도 그런데 생물인 사람은 말할 것도 없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는 시간의 흐름 앞에 더 민감하게 변해가는 것이 있다. 시대의 분위기랄지 전반적인 경향이 그러하다. 한 예로 예전에는 구멍난 양말이나 옷을 기워 입는 때가 있었는데 지금처럼 물건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낡아서 물건이 쓸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유행이 지났기 때문에 버려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기야 얼마 전까지 세련되다고 했던 것들이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촌스러워지는 때가 되었다. 즉,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어 사람들의 구매성향은 조금 달라졌다. 물건이 적은 때에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넘쳐나서 기업이 어느 정도 고심을 하고 물건을 출시하면 팔려나갔지만 요새는 그런 식으로 물건을 출시해서는 물건이 팔려 나가지 않게 되었다.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폭발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라면, 설사 고객의 입장에서 원하는 제품이라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지 않으면 시대에 맞출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리고 기업에 들어간 이후에도 고객인 사람들이 입사한 이후에는 점차 판매자의 입장에 가까워지고 끝내는 판매자의 사고로 고정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객의 입장에서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 만든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그 둘은 큰 차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단 한 군데에서 비틀어져 있기 때문에 막대한 돈을 들인 상품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단 하나 '고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때문이라고 한다. 언뜻 들으면 비슷한 이 말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의 CEO 스즈키 도시후미는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개념이 생길 정도로 신상품이 흘러넘치고 있다. 예전의 고객이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구매를 했다면 지금의 고객은 대부분 충동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별로 사고 싶지 않던 물건도 지나가다가 마음에 들면 사기도 하는 것이다. 그 시기가 불황이든 별로 필요가 없던 물건이든 관계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객의 마음을 끌려면 고객의 입장에 서서 어떤 상품을 원할지를 떠올려야 한다. 반면 '고객을 위해서' 상품을 판다는 개념은 판매자 즉 기업의 입장에 서서 생각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생각의 주체가 기업이니 고객의 마음을 끄는 부분이 미묘하게 뒤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에서는 일본 최대이며 세계 5위의 유통업체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의 CEO가 된 스즈키 도시후미의 경영철학을 풀어놓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간단하지만 명료한 충고부터 기업쪽의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세심한 조언도 섞여 있다.
기본적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깔려 있어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이 들어난 적절한 사례가 있는 것이 특히 좋았다. 그 중 한 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신경을 쓴다는 통념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파는 주먹밥의 가격을 인하했는데 많은 양이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이 판매신장에 고무된 다른 사람들은 다시 같은 방법을 쓰려 했지만 경쟁사에서도 같은 방식을 썼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단가를 더 낮추어 저렴한 먹거리를 내놓자는 않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달리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번의 저렴한 주먹밥이 잘 팔렸던 것은 그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치를 고객이 인정해주었기 때문이지 단순히 가격이 낮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 이후에 판매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은 경쟁사 탓이라기보다 이미 익숙해졌기에 그 가치가 묻혀 버렸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더 낮은 단가의 먹거리를 내놓는다고 해서 고객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평소 500엔을 소비해서 식사를 하는 만큼 단가가 높은 고급 먹거리가 통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주변에서는 불황에 비싼 먹거리를 출시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렸지만 그의 주장대로 기존 80엔의 주먹밥이 아니라 200엔의 고급 주먹밥을 출시되었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연한 발상은 물론이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다른 무언가를 탓하는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따끔한 지적이 마음 깊숙히 와닿았다. 확실한 기본 원칙을 지키고 적당한 타협을 하지 않으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생각,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발상이 평사원에서 일본 최대 유통업체의 CEO로의 변화를 낳았다는 생각에 절로 납득을 하게 되었다. 초심을 버리지 않고 그처럼만 할 수 있다면 언젠가 꿈을 이루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즈키 도시후미의 경영철학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 기억해 둘 만한 책이었다. 초심을 잊게 될 때마다 한 번쯤 펴봐야 할 것 같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에이안(aria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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