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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버리는! 기술


 

버리는 기술

다쓰미 나기사 지음
이레


1987년에 이민을 가서 2002년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이사비용 때문에 다 선물하고, 버리고, 줄이고 줄인 나의 짐은 배로 부친 1톤 컨테이너 한 박스와 비행기로 가져온 가방 2개. 그 당시 짐 정리를 하면서 제일 많이 나온 것이 옷과 신발, 핸드백이다. 그 때 다짐, 절대로 옷을 많이 쌓아두지 말아야지! 책은 다 가지고 한국에 돌아왔다. 2004년에 결혼했지만 그 때 가져온 책들은 아직 그대로 친정에 쌓여있다. 다음번에 가면 다 버려야지!

 


결혼 6년차, 만 4년 반... 안방의 장롱은 수납 한계를 넘어버렸다. 옷방도 있지만 그마저도 차고넘친다. 요 하나는 계속 방바닥에 방치되어있고, 남편 옷의 반 이상은 서재에 걸려있다. 서재는 남편의 ‘성역’으로 침입금지 구역이다. 내 책들은 거실 컴퓨터 책상에 딸린 책장과 주워 온 책장의 반 칸을 차지한다. 다른 반 칸은 아이 책들과 장난감들에게 내 주었다. 당연한 공간 부족 현상으로, 책들은 아이 옷장 위에 가로로 쌓여가고, 책상 위에도 쌓이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의 생각... 수납 방법을 바꾸고, 수납 공간을 늘려야한다! 소위 인터넷의 수납 ‘달인’들의 블로그도 방문해서 꼼꼼히 살펴보고, 수납 방법에 대한 좋은 책도 사고... 며칠째 책장을 구입하려고 인터넷도 열심히 뒤지고 있다. 주방에도 공간이 부족해서 공간박스 다섯 개를 쌓아 올리고, 식탁 위에 달 선반을 고르는 등, 어떻게 더 많이 수납할 수 있을까만을 고민한다.

 


그러다 눈에 띈 이 책, [버리는!기술]. 책 표지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다. 표지의 그림이 다 알려준다. 바로 ‘휴지통’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럴까? 내용과 디자인도 산뜻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다. 표지 외에는 삽화와 그래프까지 다 흑백이고, 그나마 표지도 빨간색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저자의 ‘절약정신’이 배어있는 듯하다.

크게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는 사고방식 변화의 필요성, 두 번째는 버리는 방법들. 서론으로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이유들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는 기분 좋게 버리는 방법들도 이야기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집안을 두리번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내 눈에는 온통 버릴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까우니까, 나중에 필요해서 모아 둔 물건들이 엄청나다. 하지만 다 버리지는 못하겠다. 아직 나의 ‘성역’인 책은 깰 수가 없다. 하지만 찬장에서 이 빠진 머그잔 두 개와 냉장실은 정리했다. 결혼 전 자취할 때 엄마가 주신 홍삼 가루도 찾아내었다. 조미료의 유통기간도 확인했다... 나, 전업주부 맞아? 식탁 위도 다 치운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식사 전에 다시 가득 찬 식탁을 발견한다. 어제와 오늘도 택배를 네 개나 받았다. 작은 박스 하나와 책이 온 종이봉투는 그 자리에서 버렸지만, 큰 박스 두 개는 아직 현관 앞에 방치되어 있다...

아이 낳으면 다시 입어야지, 아이 낳은 후에는 ‘젖 끊으면 입어야지’ 했던 임신 전 입던 옷들 + 선물 받았는데 입지 않는 옷들, 대학 다닐 때부터 입어서 낡은 코트와 잠바들이 옷장 가득하다. 한두 번 신고 아까워서 고이 모셔둔 신발들도 제법 있네! 지난여름 인터넷 카페의 ‘드림방’에 올리려고 했는데,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아서 포기한 적이 있다. 게으름도 물건이 쌓이는데 큰 몫을 한다. 무료택배가 된다니까 잘 알아보고 아름다운가게에 보내야겠다.

 


서평을 쓰는 지금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주부랍시고 정리 정돈도 못하고... 유통기간 지나서 버리는 음식 때문에 죄책감도 많이 느낀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하면서 그런 나의 마음을 토닥이고 희망을 준다. ‘완전해지려고 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세워서 버리면 된다’라고 말한다.

 


전쟁 이후 없던 시절에는 무엇이든 아끼고 모아야, 절약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사고방식과 생활 패턴의 변화가 필요하다. 버리는 기술은 생활의 기술이고, 잘 버릴 줄 아는 사람이 물건의 가치를 파악하고, 절약해서 생활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물건의 가치와 절약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승안유정(nova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