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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라는 부제때문에 조금 망설였다. 전직 수사라는 것이 그닥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굳이 '전직 수사'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했을까.. 생각하다보니 왠지 이야기의 본질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나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민들레 국수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져 뜨끔한 기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추천한 이들의 삶이 모두 더불어 삶을 꿈꾸고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고 그들의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긴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들 수 있었다.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처럼 누군가 지어낸 기적의 이야기라고 느껴질만큼 민들레 국수집은 오랜 시간동안 나눔을 실천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정신은 가진자가 못가진 자에게 베풀어주는 온정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나눔의 정신이라는 것이 글을 읽는 나 자신을 자꾸 일깨워주고 있다.

모든 것이 다 하나의 섭리처럼 일이 해결되고 전국 곳곳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민들레 국수집은 번창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글을 가만히 읽다보면 그 속에서도 아픔이 있고 좌절이 있고 모두가 다 좋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느낀다. 한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잔치처럼 김장을 담그고 좋아한다고 하는 와중에 식사를 하러 온 민들레 국수집의 손님은 쉬는 날 하지 않고 식사를 해야하는데 자신을 번거롭게 한다며 싫어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담긴 하나의 문장에서도 왠지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아주 번창하고 있다지만 항상 칭찬과 격려와 희망과 웃음만 넘쳐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들레 국수집이 좋은 것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탓하지 않고 따뜻하게 보듬고 있기 때문이리라.

서영남 전직 수사님이 롤 모델로 세우고자 한 것은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이었을까? 도로시 데이의 평전을 읽으며 느꼈던 많은 것들이 떠오르고, 그녀가 경제적인 손익만을 따지지 않고 진심으로 모두를 존중해주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서 무한한 존경심만 담을뿐이다.

언젠가 책을 읽다가 당신은 눈에 촛점이 없는 알콜중독자,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고 끊임없이 욕을 하는 이웃안에 계신 예수님을 끌어안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나를 보았었다. 지금도 나는 도망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러한 예수님을 끌어안고 있는 민들레 국수집의 가족의 위대함을 안다. 그들은 김미화씨의 말처럼 '민들레꽃처럼 강하고, 소박하고 예쁘다'. 모두가 언젠가 꽃이 될 그들 모두 예쁘다...


[출처] [서평]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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