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의 고백
심영철 지음
더난출판사
2년 정도 전이었을까, 갑작스레 펀드에 돈을 넣게 되었던 것이. 사실 재테크에 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었고, 그냥 다 쓴 통장을 새로 발급받기 위해 방문했던 은행에서 "요즘 펀드가 굉장히 좋거든요, 그냥 통장에 넣어놓는 것보다 펀드하나 하시면 훨씬 좋으실꺼에요-" 로 시작해서 사탕발림을 마구 시작하는 바람에 귀찮기도 하고 나빠보이지도 않고 해서 무심히 가입을 했더랬다. 그 시점부터 펀드 수익률이 마구마구 떨어지면서 한 때는 원금의 거의 반이 사라지기도 했고, 그 이후로는 안 찍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전히 원금회복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기억에서 지워버렸지만 가끔 수익률이 마이너스 얼마라고 문자가 올 때마다 내 성질을 돋군다. 이런 사기꾼들 !
나처럼 무심코 은행에 방문했다가 허울 좋은 말에 넘어가서 너도나도 펀드를 시작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 기록적인 수익률 하락으로 원성이 높았고, 묻지마 펀드에 대한 각성이 촉구되어서인지 그 이후로는 펀드 판매에 조금 제약이 생긴 것으로 안다. 어쨌든 내가 가입할 때는 그냥 좋은 말만 늘어놓고 펀드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고, 원금이 마구 까여도 돈을 맡긴 고객만 속이 탈 뿐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대체 이게 뭐냐구.
그 동안은 보험회사들만 도둑놈들이라고 생각했지만(보험회사의 혜택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고, 보험회사가 얼마나 치밀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지에 관한 컨텐츠에 많이 노출되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무책임하게 펀드를 판매하기만 한 후 사후대책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에 '은행도 도둑놈들이군' 이라는 불신만 잔뜩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도둑놈 기업은 통신사(쓴 적도 없는 컨텐츠 이용료가 요금에 부과되서 항의 전화 했더니 이용한 기록이 남아있다는 답변만 들은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돈은 냈지만, 그 이후로 아예 핸드폰 인터넷을 잠가버리는 습관이 생겼다)와 보험이었는데 은행들도 거기에 발을 들이밀게 되었달까. 그냥 적금, 예금 이런 것만 이용해야겠다- 란 깨달음을 사회생활 시작하기 전에 얻었다는 게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2008년 한 학기 수강한 '화폐금융론' 수업 외에는 금융에 관해서 관심을 기울인 적도, 공부를 한 적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증권'과 '펀드' 를 다루는 부분은 조금 어렵게 느껴졌지만 '은행'과 '보험' 부분이 특히나 흥미로웠다.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라'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알고 있을 이 명제도 허울만 좋을 뿐이지 별로 실속은 없다는 이야기, 마침 얼마전에 가입한 주택청약에 관한 이야기,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택연금의 적나라한 약점들 등을 읽으면서 그동안 은행의 마케팅이 무의식중에 내 재테크 의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노후자금으로 10억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도 얼마나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가? 그러나 이 수치가 과연 얼마나 타당한 계산으로 도출되었는지는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사실상 나같은 서민이 노후자금으로 과연 10억이나 필요할까? 연금보험을 판매하기 위한 공포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결국 절약과 저축이 가장 큰 재테크라는 말이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린다.
"속지 말자 은행, 믿지 말자 보험, 다시 보자 펀드! 금융회사의 진실을 알면, 더 이상 금융 빅뱅이 두렵지 않다! -책 띠 中 "
[출처] [오늘의 책콩] 통장의 고백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비류연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은 (0) | 2010.06.08 |
---|---|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0) | 2010.06.08 |
토요타의 어둠 (0) | 2010.05.19 |
스트레스 리액션 (0) | 2010.05.13 |
일어나라 인권 OTL (0) | 2010.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