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읽기에는 분명 목적이 있다. 유목적이든 무목적이든 책 읽는 데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인간행동이 의도했던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든, 그 자체는 유의미한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2. 상담이 무엇인가.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그것이 중요하다. 읽는이가 상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모든 상담은 곧 인간존중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곧 상담을 마음 어루만지기라고 정의 내린다면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정신분석적인 측면에서의 상담으로 그 목적을 달성했다.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그렇게 특별한 관점으로 씌어진 책이다.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세간에서 통용되는 수준으로 베토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읽어도 무방한 책이다. 책읽는 동안 베토벤의 인간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
베토벤을 위대한 작곡가로서만 알고 있던 내게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읽는 동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인간 베토벤, 가족력과 양육경험에 대해서 심리분석을 하는 김태형 씨의 서술은 프로이트 심리학과 행보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베토벤에 대해 무지하고,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가 무엇을 작곡했고, 그의 사생활 역시 관심 밖이었다.
나는 프로이트 심리학에 대해서, 정신분석에 대해서도 병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누군가 사람을 분석한다는 것, 그 자체에 혐오를 한다는 것을 보면, 정신분석적 관점으로 본다면 방어기제를 적극 사용하고 있는 것이겠다. 권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나는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를 읽으면서 그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유명한 베토벤에 대해서 무지한 것과 '치유를 위한 진단적 분석'에 혐오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권위'와 연관되지 않나 싶다.
이래저래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내게 안정감 대신 불안, 불편을 주었다. 하지만 실제보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준 것, 그것이 사실이다.
3. 심리학, 특히 상담 심리학의 경우에는 읽는 동안 자기 인식과 반성, 성찰을 경험하게 된다.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를 읽는 동안 나는 자주 '권위'에 대해서 생각하고, 아등바등 그 권위에 달려들려는 내 모습을, 내적 갈등을 엿보게 된다. 달갑지 않은 자기 인식이다. 변화 성장으로 옮아가기가 쉽지 않는 행동이다.
육체적 성장이 정지한, 오장육부 장기가, 관절이 서서히 마모되고 망가지기 시작할 나이를 성인기라 부른다.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측면에서 성인기는 치유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나 프로이트 심리학에서의 성인기는 부적절한 양육환경에서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행동을 수정하는 기간으로 보인다. 해서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베토벤이 양육환경에서 받았던 부모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실제 상담장면에서 있을 법한 묘사로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가 서술되고 있다는 것, 그것에서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듯, 그 거울은 돌출면도 있어서 때때로 왜곡을, 오해를, 분노를 유발시킨다. 베토벤이 치유되는 과정을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지만 장담하지 않는다. 그의 상처는 완쾌가 어렵다. 그것이 현실이다.
흉터는 상처의 뒤끝, 흔적이다. 흉터는 더 이상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지 않는다. 다만 시지각을 자극하고 동시에 사람을 사고 당시의 경험을 진저리치며 떠올리게 만든다. 기억에는 무서운 파괴력이 내장되어 있다. 때때로 기억은 없는 것이 더 좋잖을까,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회피는 금물이다. 하지만 회피하는 행동은 내적인 힘이 부족하다는 자기 인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맞서 싸워야 할 것이 기억이다. 겪고 견디고 이겨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는 퇴행, 고착이라는 무서운 족쇄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서 기억을 적대감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
프로이트는 영유아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결정론자요 또 비관론자로 프로이트를 보는 측면이 강하다. 과거로, 끊임없이 파고들었던 프로이트의 학문적 향방이 무엇인지를 감안할 때 실제로 프로이트는 '현실주의'자다.
문제의 근원을 왜 과거를 살폈는가. 그것은 결국, 바로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그리고 내일의 '나'를 위한 부단한 싸움과 자기 단련에 초점을 둔 것이다. 해서 흉터는 기억되지만 실제 고통이 아닌 것. 고통은 기억이라는 것. 참으로 기억은 크나큰 고통이다. 체화된 기억(순환적 사고과정 또는 습관적 사고)은 현실을 옭아매고 간헐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과거를 어루만지는 일을, 해서 프로이트는 현실치료의 방편으로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4.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에는 두 가지 강점이 있다. 현재성과 실용성이다. 또는 전문성과 실용성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성이라 함은 서술에서 대화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읽는 동안 베토벤의 모습을 눈앞에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실제 장면보다 글이 더 생생할 경우가 있다.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가 그렇다. 책이라는 것이 그렇게 집중하게 만든다. 장면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일목요연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생동감이 넘친다는 것,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를 읽으면서 긴장감이 팽팽하다는 것을 느꼈다.
실용성 측면에서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상담심리'의 실재를 경험하게 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상담사를 꿈꾸고 실제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분들께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는 유용한 활용자료이다. 물론 게슈탈트, 로저스의 상담법에 경도된 사람의 경우에는 또 다른 기법을 경험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기법 없이 상담을 하건, 실제 전공 기법을 사용하든 상담의 결과는 동일하다는 말씀이 있다. 즉 모든 상담은 무조건적인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에서도 역시 그러한 존중을 목격할 수 있다.
5. <베토벤 심리 상담 보고서>는 문학작품이 아니다. 어느 책이든 제목은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실존 인물을 통한 상담 장면을 펼쳐보임으로써 상담의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성격검사로 활용되고 있는 MBTI 검사 소개에서는 개별성과 보편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베토벤 심리 상담 보고서
김태형 지음
부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지음
30년만의 휴식 - 이무석 지음
융 심리학 입문 - 캘빈 S. 홀 지음| 김형섭 옮김
아하 프로이트 - 김정일 지음
아직도 가야 할 길 세트 - 전3권 - 스캇펙 지음| 김영범,손홍기,신승철 옮김
주머니 속의 행복 - 김도애 지음
사람풍경 - 김형경 지음
영혼의 자유 에니어그램 - 엘리 잭슨 베어 지음| 이순자 옮김
MBTI적용 상담사례집1 - 김정택 지음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환(key18t)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틀러 북 - 헨릭에벨레, 마티아스울 (0) | 2008.09.30 |
---|---|
역사를 뒤흔든 스캔들 (0) | 2008.09.30 |
모리미 토미히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0) | 2008.09.29 |
그물코인생 그물코사랑을 읽고 (0) | 2008.09.26 |
1900, 조선에 살다 (0) | 2008.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