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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히틀러 북 - 헨릭에벨레, 마티아스울

 

 
히틀러 북
헨릭 에벨레, 마티아스 울 지음
루비박스



아돌프 히틀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 자신의 야망을 위하여 수많은 희생을 강요했던 사람. 오로지 게르만족만이 우월한 인종이라며 수많은 유대인을 잔인하게 짓밟았던 사람.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길래, 어떤 생각을 가진 인간이길래 동료 인간들에 대해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던 것일까.

 

아돌프 히틀러는 1945년 4월30일 오후 3시 30분경, 제국 총리공관의 지하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육체가 러시아군의 수중에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그의 측근들에게 자신과 부인의 시신을 불태우도록 명했던 사람이다. 그 당시 소련의 지도자였던 스탈린은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보고를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았고 히틀러가 도주했으며 서방 연합군이 비밀리에 그의 망명을 허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탈린은 "신화작전"이라는 암호명 아래 4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히틀러와 그의 정권에 대해 입수할 수 있는 모든 문서들을 추척 발굴하고 전쟁포로로 잡힌 히틀러의 개인부관과 비서였던 하인츠 링게와 오토 귄셰의 진술과 기록을 토대로 스탈린만을 위한 비밀문서를 만들도록 명하였다. 마침내 1933년부터 1945년까지 히틀러의 삶을 기록한 413페이지짜리 최종보고서가 스탈린에게 전달되었고 그것이 바로 <히틀러 북>이다.

 

그동안 유대인 학살 등,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들은 많이 접해보았지만 이렇게 직접 가해자에 대한 전기를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이 책은 히틀러의 그릇된 야망에서 비롯된 그의 개인적 그리고 측근들의 행동들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덤덤하고 지루한 서술형식으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전쟁에 대한 묘사를 읽고 있으면 지루한 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히틀러라는 인간에 대해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의 마지막을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히틀러라는 인물이 죽을때까지 강인함과 대담함을 잃지 않았던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독일의 장교들과 병사들에게 심지어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까지 요구했던 '병사로서의 영예로운 죽음'을 맞을 용기가 그에게는 없었으며 지하 벙커에 숨어서 러시아군이 총리공관 문턱에까지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서 자살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마약이 없이는 제대로 서있을 수조차 없었던 그의 말년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하일 히틀러"라는 경례를 받았던 그 자신만만한 히틀러가 정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의 마지막은 비굴하고 비참했다.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고위 관료들 역시 위기가 닥쳐오자 히틀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내빼는 모습에서 인간의 이중적이고 교활한 본성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히틀러의 주변 인물들 중 바로 이 문서가 완성되는데 일조를 한 링게와 귄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 역시 나치즘을 신봉하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들이나 그들이 히틀러가 아닌 다른 지도자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들은 이 문서 작성을 마친 후 특별 법정에 서게 되었는데, 25년의 강제노역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55년, 마지막까지 억류되어있던 전쟁 포로들과 함께 소련의 수감 상태에서 풀려났는데, 링게에게는 서독행이 허락되었지만 귄셰는 동독으로 보내져 비밀경찰에 인계되었으며 1956년 사형을 당했다.

 

하지만 인간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욕심을 가질때 얼마나 큰 비극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그릇된 인종적 우월성의 마지막은 비굴한 죽음이라는, 히틀러가 남긴 이 명백한 교훈은 다시 잊혀지고 있는 듯 하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과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고 나라를 둘러싼 이권 다툼은 여전하다. 제3차 세계대전을 겪는다면 살아남은 인류가 있을 것인가.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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