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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막의 정원사 무싸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사나운 벌레들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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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성한다. 감히 이 책을 단순히 나의 지루한 일상의 몇 시간쯤을 달래줄 흥밋거리로만 본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또한 읽고 난 후 느끼는 이 뭐라 말할 수 없는 경외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태고적 금단의 열매를 맛 본 듯한 기분이다. 이것은 너무나 생경한 느낌이라 내게는 무척이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환희는 이 이질감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막의 정원사 무싸
           피에르 라비 지음
사막은 내게 있어 언제나 두렵기만 한 곳이었다. 물론 직접 가 본 적은 없다. 어릴 때부터 각종 백과사전, 또는 영상매체, 책과 알음알음을 통해 들은 얄팍한 지식이 쌓여 사막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내게 깊숙이 심어놓았다. 내게 사막은 '모래와 갈증, 그리고 독' 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각인되어 있다. 이런 나였으니 이 두려운 사막에 사람이 살고 있을거란 생각은 굳이 의도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사막의 정원사 무싸』는 우리가 문명의 이기라 부르는 것들과 동떨어진 사막에서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일구어 나가는 사막의 주인이자 정원사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에겐 오직 알라의 가르침과 사막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다. 남의 것을 탐내지도 않고, 남보다 더 우위에 서려고 하지도 않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에 대한 믿음이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 의식하지 않고도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말로만 부르짖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충만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바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무싸는 한 가정의 가장일 뿐이지만, 이 가정에서 이 같은 권위는 결코 작지 않다. 무싸는 아들에게는 넘볼 수 없는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이며, 어머니에겐 늘 옳은 선택을 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아내에겐 더없이 자애롭고 듬직한 거목같은 남편이다. 이들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 와도 결코 절망하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신에 대한 믿음과 동일한 정도의 견고함을 지닌 아버지와, 아들과 남편에 대한 믿음이 이끄는 대로 믿고 따를 뿐이다. 사막이 이들을 이렇게 굳건한 신뢰와 믿음으로 결속시킨 것일까?

가증스럽게도 '교화와 도움'으로 가장해 덮쳐오는 제국주의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 무싸와 사막의 지킴이들은 잠시 휩쓸리는 듯 보였다. 무싸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 그들이 제공하는 노예나 다름없는 일을 하면서 매일밤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가족을 생각하며 참았으나, 정작 그가 그토록 생각해 준 가족들은 절대 그런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이 나날이 황폐해져 가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싸는 결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드넓은 이 우주에서 단지 먼지와도 같은 한 인간일 뿐이지만, 스스로 존엄한 인간임을 자각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단호히 문명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한 무싸의 마지막 선택은 내게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나는 노예가 아니니까요" 라고 말하는 그에게 "노예? 우리는 당신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 노예 상태에 있는 당신들을 해방시켰다고. 우리 병사들은 훌륭하게 평화를 이룩했단 말이야." 라고 외치는 서구의 이방인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아전인수의 이기적인 피조물인지 새삼 느꼈다.

굉장히 어려운 책이면서도 한편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 듯한 책이었다. 문명을 거부하고 대신 스스로의 존엄성과 행복을 되찾은 무싸에게 영원한 축복 있기를. 내 영혼을 저당잡힌 것을 알면서도 거부할 용기가 없어 그저 문명의 노예로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지금도 사막 어딘가에서 나를 대신해, 아니 인류를 대신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고있을 수많은 무싸들에게 감사하며 이만 감상을 마칠까 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프렌즈(khsk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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