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립 역모 사건을 낱낱이 파헤치다!
역사에 관련된 소설이나 사극을 즐겨 보는데, 사극을 보다보면 꼭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역모'에 관련된 것이다. 왕이 정치를 잘하든, 못하든을 떠나서 이 역모는 항상 존재 하게 마련이다. 또한 이 역모는 진정한 의미의 역모일 수도 있고 (혁명의 의미로 볼 수 있는) 그도 아니면 다른 무리들의 음모일 수도 있다. 여하튼 그러한 역모관련 사극장면을 볼때면 나역시 정신없이 빠져든다. 일단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헐뜯고 모함하고 죽이는 장면을 볼때면 웬지 씁쓸한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조선 천재 1000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사건의 재구성'이라는 부제가 붙은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을 바라보며, 웬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마도 비장감마저 드는 표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과 궁금증에 얼른 책을 펼쳐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워낙 역사서를 즐겨 읽고, 재미있게 읽었는지라 -이 책이 역모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이 책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 책을 읽기전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나도 모르게 이 책 역시그와 유사한 구성일꺼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연애'를 다룬 책과 '역모'를 다른 책은 분명 다르지만.
저자가 달라서인지, 이 책과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은 확연하게 다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 역시 크게 달랐다. 전자의 책-조선을 뒤흔든최대 연애사건-의 경우,16가지의 다양한 연애사건을 다루고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반면, 후자의 책은 사건을 재조명하고재구성해서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다. 그것도 400여년 동안 안개속에 가려져 있던 기축옥사를 여러 각도로 재조명한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만 해도 기축옥사의 문제가 조선사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모사건일줄은 몰랐었다. 또한 정여립의 죽음에 담긴 의미, 그가 행하려고 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질 않았었다. 그래서, 더 책을 읽는 동안 머리가 무거웠던 것은 아닐까 싶다. 크게 생각해본 적도 없는그러한 문제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보고 낱낱이 파헤쳤으니.각종 일화나 상소문에 올려진 글이나 여러 기록을 토대로 해서 이야기를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았
으나,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다른 각도로 여러번 반복되거나, 정여립을 비롯하여 최영경,송익필,이이, 정개청등 관련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그저 가볍게 읽는 느낌이 아니라, 그들을 수사하는 듯한 느낌마저도 들어, 머리가 아팠던 것 같다. 게다가 그들은 '기축옥사'나 정여립과 관련된 인물들이라, 그들을 따로 보지 않고, 다 연관지어 생각하며 읽었기에 더 그랬던 것도 같다. 덕분에 조금은 생소한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여립이 모반을 꾀한 자인지, 아니면 진정한 혁명가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왕위의 세습을 부인하고 왕위가 혈연이 아닌 능력에 따라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동조하지만 충군사상을 부인하고, 그가 내세웠던 공화주의가 과연 그 시대에 최선 인건지-그것이 정말 혁명 인건지-아니면 정말 모반 인건지 조차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건이 왜 이렇게 중요한 의미로 재조명되어야 하는지는 알것 같다. '기축옥사'가 지금은 무수한 의미로 재해석되고, 여러각도로 바라봐지지만, 어떤 것이 진실인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생각된다.
루소는 '역사란 많은 거짓말 중에서 진실과 가장 비슷한 거짓말을 골라내는 기술이다'라고 했다. 아무리진실에 가깝게 쓰려고 해도 그것은 진실과 가까울 뿐이지 진실은 아닌 것이다. 진실이 무엇이냐의 문제를 떠나, 400년동안 숨겨져온 정여립 역모사건에 대해 여러 각도로 들여다 보고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며 책을 덮는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별이(rubiya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