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모르는 경제인과 경제를 모르는 예술인의 극적인 만남의 암시를 생겼다, 사라지는 두 가지 그림으로 파악했다는 자체만으로 독특하다. 책을 펴기 전에 작품으로 내용을 미리 짐직하고 나니 한결 들여다보기 편해졌다. 강한 인상을 뒤로 하고 서라도 감추어 두긴 아까운 그림이라 유일하게 책등 반대편으로 해서 꽂아 두고 나서야 만족스러웠다면 너무 멀리까지 간 것일런지 ^^;;.... 근데 어디를 찾아봐도 숨바꼭질하는 작품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명화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작가와 이름이라도 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정확히 말하면 돈을 야무지게 움켜쥔 남자가 등장하는 그림의 출처를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 두 작가들을 표현한 건지도 모를 그림을 알아두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가장 충격적인 에피소드는 네덜란드 “튤립” 관한 것이었다. 사실 얼마 전 읽은 “대국굴기” 라는 책에서 네덜란드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튤립”에 관한 기막힌 사건(?)이야기를 접하긴 했다. 그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광적인 투기의 실태를 다시 살펴보니 꽃병 속 튤립이 가시를 드러내놓고 위협하는 “파리지옥”으로 보였다. 아름다운 꽃 의 실체가 변한 게 아니라 작가의 말마따나 돈의 유혹에 헤어 나오지 못한 어리석은 군중들이 믿고 싶은 대로 거품을 만들고, 네덜란드 경제를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돈에 혹한 투기의 결과는 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만큼 엄청난 것임을 확인하니 아찔하다.
제 손으로 스스로를 파리 신세로 만들기 전에 모두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게 현명한 처사임을 “튤립 사건”으로 깨달았으면 좋겠다.
두 작가는 한 분야에는 자타를 공인하는 전문가 이지만, 다른 작가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는 초보딱지를 소중히(?) 쥐고 있는 나와 다를 바 없었다. 그게 오히려 행운으로 작용해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어 주는 내용을 많아 좋았다. 초보의 마음을 어림짐작이 아니라 가슴으로 공감하는 전문가의 설명은 그래서 받아들이기가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 덕에 평소 어렵게만 생각했던 경제용어도 이해가 편했고, 간간히 노출되는 미술사도 정리가 쉬워 두 분야를 섞어 놓은 접근 방식이 잘 맞아 떨어졌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명화를 연구한 작가는 구상화, 추상화 , 설치미술 나누어 부르지만,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작가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재화 로 불렀다. 명화의 값을 결정하는 설명을 하면서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는 “작가의 명성”을 경제계를 대표하는 작가는 “브랜드” 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그들만이 다루는 용어가 판이하게 다름이 이색적이다.
쓸데없는 고정관념 때문에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던 경제와 예술분야는 우리도 모르는 새 훨씬 예전부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다. “아트 재테크”라는 용어가 물위로 떠오르는 그 전부터 공존하고 있었던 덕에 두 작가는 분야를 넘나들며 서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며 자신과 다른 독특한 시각도 즐거운 마음으로 인정 하고 있었다. 주관적인 예술성만을 표방한다고 생각했던 예술이 객관적인 합리성을 추구하는 경제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작가가 소개해준 여러 가지 기록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낼 수 있었다. 초상화의 대가인 홀바인은 그 당시만 해도 파격적으로 아예 경제인의 대표 한자상인을 그림의 모델로 불러들이면서 그만의 개성 있는 그림 풍을 만들었다는 예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었다.
이번 책이 명화와 경제 중 어느 분야를 무게를 두고 설명하고 있나? 는 질문을 한다면 손으로 가리킬 곳이 없다. 두 사람의 목소리 색깔은 다르지만, 무게는 비슷했기 때문이다. 내가 들었던 그들만의 토크는 나와 다른 차이에 매력을 느끼고, 기대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찾은 익숙함에 환호하는 들뜬 목소리만 있었을 뿐 주도권을 잡기위해 버티고 있는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는 잊어버리고 열뜬 입김이 만연한 그들만의 토크를 그냥 즐기는 라고만 말해주고 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좋은생각(alley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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