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 몰랐던 조선
신봉승
청아출판사
조선사 행간읽기
학창시절에는 국사시간을 참 싫어라 했는데, 아마도 년도별로 있었던 사건들을 암기식으로 외운 주입식 교육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 교육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리기 쉽상이다. 다양한 각도로 출간되는 역사서적들을 당시 읽었더라면 국사시간이 꽤나 즐거웠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웬지 모르게 아쉽다고나 할까. 사극을 즐겨 본다. 그리고 역사서적들을 즐겨 본다. 사실 역사서적에 흥미를 붙인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것 같다. 역사라는 것이 세월이 흘러가며 왜곡되기도 하고, 자료가 없어지기도 하기에 100% 신뢰하지는 않지만, 70%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역사서적들을 접하며 나머지 30%를 찾아가는 재미 역시 역사서적이 주는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왜곡된 역사를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 <조선사 클리닉>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조선의 정치, 외교, 풍속, 문화, 임금왕실, 인물 등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오류를 바로 잡아주고 있어 유익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보니 깊이면에서 부실한 면도 없지나마 있었지만, 간략하게나마 다양한 각도로 잘못된 상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 읽은 <조선도 몰랐던 조선> 역시 <조선사 클리닉>과 비슷한 각도의 책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에세이 형식의 글이라, 조선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해주면서 저자의 생각을 옅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조선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거나 알고 있더라도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들을 정리해주고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역사서적을 자주 읽다보니 겹치는 내용들도 없지않아 있긴 했지만, 새롭게 알게된 점들도 있었더랬다.) 특히 역사를 이야기 하며 현실에 대한 부분이라던지, 우리의 소임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태조에서 문종까지 (1392~1452)/ 단종에서 연산군까지 (1453~1506)/중종에서 광해군까지 (1506~1623)/인조에서 경종까지 (1623~1724)/영조에서 현종까지 (1725~1849)/철종에서 일제강점기(1850~1945)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각 사건들의 시기를 정확히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고, 사극을 좋아해서 많이 접해본 인물들이 자주 등장해 사극의 장면을 떠올리며 읽어나가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극을 즐겨 보니 좋았던 점은 각장의 내용설명이 쉽게 이해가 되며 그 모습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가령 '영조의 콤플렉스', '아들을 굶겨 죽인 아버지','정조이산' 등은 드라마 <정조이산>을 회상하며 생각해볼 수 있었고 (실제로 드라마에서 열연했던 인물들이 오버랩되는), '소현세자와 서양문물', '화냥년이 돌아오다' 등의 이야기는 드라마 <최강칠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또한, '스물두살의 지성','대마도 정벌','세잔의 술' 등을 보면서 드라마 <대왕세종>을 떠올리기도 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흥미를 위해 조금 더 과장되는 부분이 없지나마 있다. 그런부분들은 책을 통해 다시 바로 잡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백성들의 삶을 옅볼 수도 있었는데 정약용이 강진의 갈밭에 나갔다가 마주친 일은 너무 안타깝고 슬펐다. 애 나은지 사흘밖에 안되었는데 군적에 오르고 시아버지가 죽은지 몇년이나 지났는데도 군적에 올라가 있고, 군역을 않는다 해서 소를 잡아 갔다고 목놓아 울고 있는 여인의 이야기가 그러했다.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으면 남편이 스스로 궁형 (남자의 생식기를 자르는 형벌)을 행하고, 아내가 그 물건을 보자기에 싸서 왔으니 이 것을 가지고 가고 소를 달라고 서럽게 울며 하소연할까 싶어 가슴이 저몄다. 그들에게는 소는 생계의 수단이었다. 가슴 저미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기생초월이 보낸 상소문에서도 지방관의 비리, 환정의 병폐, 군정의 폐단등을 옅볼 수 있었다.
조선왕조에는 임금과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이 소통하는 방법으로 상소제도를 활용하였는데 올라온 상소문은 승정원에 접수된다고 한다. 그리고 승정원에서 접수된 상소문은 그 내용을 추리거나 수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대로의 상소문을 빠짐없이 임금에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의 성품에 따라 그 상소문을 읽고 행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일단 모두 그대로 임금에게 올려진 다는 것이 참 좋은것 같다. 억울한 일을 겪어 민원을 보내도 해당부처에서 이를 읽어보고 중요한 사항과 그렇지 않은 사항을 간추린후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요즘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겠다. (물론 바쁘신 대통령이 그 많은 민원을 일일이 다 읽어볼수야 없겠지만.)
처음엔 역사속 인물들과 조우하는 시간이 즐거워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 수록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역사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어떤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들여다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사건들과 마주했을때 어떤 방법으로 대처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지켜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또다른 현실의 문제점을 바라보고 대처방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15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르네상스 운동이 유럽문화를 번성하게 하였다면 그때와 똑같은 15세기 조선에서도 성군세종이 주도하는 르네상스 운동이 활발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이 간단한 구절이 각급 교과서에 등재되어 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이 노래처럼 부르고 중고등학교의 청소년들의 꿈과 정체성으로 자리잡을수 있게 해야 한다. 사람들은 인문학이 무너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인문학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인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사인식이 무너질 뿐이다. 인문학은 역사인식와 함께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나라의 정체성과 역사인식 中)
뒷부분 에필로그에 나온 이 문장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조선도 몰랐던 조선>을 읽으며 조선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다시 되짚어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별이(rubiya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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