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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카스트로 유전자

 

카스트로 유전자

토드 부크홀츠 지음 | 이근애 옮김
리버스맵 2009.07.08
펑점

솔직히 난 '피델 카스트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쿠바의 독재자였다는 사실밖에는.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경제학자라는 것, 그것도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등 베스트셀러를 여럿 썼던 유명한 경제학자가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이 책을 폈다.

 

책의 뒷 날개에는 줄거리가 적혀있는데, 소설의 대부분을 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줄거리는 이렇다. 권투선수였던 주인공 루크는 경기 중에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일로 인한 충격으로 권투선수를 그만두게 된다. 그 후 루크는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헤지펀드의 큰손인 폴 트레먼트에게 스카웃되어 그의 회사에서 핵심인물로 키워진다. 하지만 우연의 연속으로 보여지는 이 모든 사건들은 카스트로 암살이란 목적을 달성하려는 폴 트레먼트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이렇게 줄거리를 알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카스트로 뿐 아니라 우리가 익히 들어본 존F.케네디나 그의 부인인 재키, 마릴린 먼로 등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하여 소설에 생동감을 더한다(검색해보니 '트레먼트' 또한 뉴욕에 실존하는 회사, 그것도 그냥 회사가 아닌 소설에서처럼 헤지 펀드 투자 포트폴리오의 선도적 운용회사다).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부를 위한 경제권력들의 보이지않는 암투는 실제로 링 위에서 주먹을 날리고 피가 튀기는 권투 경기보다 더 치열하고 잔인하고, 그러면서도 흥미진진하다. 

 

독자들은 줄거리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과연 어떤 결말이 날지 궁금해하며 책에 완전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한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결말은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였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다시금 책 제목을 떠올리며 무릎을 쳤다. 이 책을 읽은 날 밤, 나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안타까움, 돈의 위력을 직면한 후에 느끼는 허망함, 보이지않는 권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등이 복잡하게 얽혀 마음을 짓눌렀다. 

 

읽는 동안은 재미를, 읽고 나서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책.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경제'와 '스릴러' 두 마리 토끼를 잡아다 준 책이다.

아무쪼록 저자가 앞으로도 소설을 계속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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