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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펑점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어야 했던 조선의 역사. "식민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둡고 답답해서 비분강개해야할 것 같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지.. 이 시대를 다룬 책들을 보면 오히려 재미있다!! 수동적이고 비참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뭔가 꿈틀대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활기차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일본이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에 찬성하는 쪽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악랄하면 악랄해질수록 그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되는 식민지인들의 저항이 "살아있음"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자의 철없는 감상으로 치부되려나...!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한 권 읽었다.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는 [개벽](1920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p141) 글쓴이는 그 앞에다 "조선"이란 말을 덧붙였다. 제목부터 재미와 호기심을  던져주고 있는 이 책의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 소설 독자와 소설 수용양상에 관한 연구>(2002)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책앞날개)는 "천정환". 그리고 이 책은 "[끝나지 않는 신드롬 : 친일과 반일을 넘어선 식민지 시대 다시 읽기](2005)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전체 다섯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1926년"과 "1936년"이라는 매우 격동적인 두 해를 중심으로 식민지 시대의 문화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은 근대의 "체육"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체육" 뿐만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한 문화사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금의 맞춤법으로 보자면 다소 우스광스럽기까지 한 당시 자료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글쓴이가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는 무척 흥미롭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1936년의 손기정 신드롬"이다! 손기정(1위)과 남승룡(3위) 선수가 이루낸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의 쾌거는 일본의 자랑꺼리였다. 아니다. 조선의 자랑꺼리였다!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어잡고 /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 부를테냐??"(p72) 심훈이 쓴 시다. 손기정과 남승룡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조선인들은, 식민지배하의 울분을 스포츠로 토해내기라도 하듯 놀라운 성과들을 거둔다. 그리고 "국민"들은 열광한다. "국가는 스포츠를 통해 백성을 "국민"으로 만들기를 원했고, 백성들은 스포츠라는 재미있고 새로운 의례 혹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국가라는 틀 속으로 자신을 가두었다."(p99)  2002년의 여름이 보여준 그 열광의 도가니를 떠올리니 동의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서양인에 대한 열등감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일본 역시 스포츠에 열광했으나 식민지 조선에서는 더욱 큰 의미를 가졌던 스포츠. 손기정의 마라톤 승리. 그리고 일장기 말소 사건. 1926년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의 죽음이 초래한 조선사회의 소용돌이까지... 결코 침울하지 않았던 식민지시대 조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솜씨에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글쓴이가 인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진자료와 문학작품, 신문 등의 자료는 책을 읽는데 재미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자료이기도 했다.

 

    식민지 하의 스포츠 역사가 궁금하거든 이 책을 읽어라!!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출처] [오늘의책콩]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늘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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