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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공간의 상형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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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내게 무척 생소한 단어다. 복잡하고 멀고 먼 것 같고 낯설고 까다롭게 느껴지면서도 관심을 놓을 수 없다.


이 책은 한국의 공간 루와 정, 유럽 중세도시 이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펼친다.

 

여기서 그저 소개로만 끝내는 게 아니다. 건물에 대한 저자의 체험이 녹아든 이야기, 그리고 저자 특유의 감수성과 견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루는 지나는 곳, 정은 머무는 곳 이라고 한다.

"중국과 일본에도 루와 정이 있으나 한국과는 다르다. 중국과 일본에서 루는 도성의 일부고, 정자는 정원의 일부인데 반해 한국의 루와 정은 별도의 공간이다." 라고 저자는 말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루와 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관심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이 책으로 루가 무엇이고 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당되는 건물과 건물에 녹아있는 당시 역사와 문화를 함께 읽으며 한국의 루와 정 이라는 것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

 


특히 영남루 이야기를 인상깊었다. 저자가 어릴때부터 보고 자랐던 공간이었다고 하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밀양을 떠나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중략~ 건축의 길에 들어선 20년 뒤 영남루를 다시 가 보았다. 20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영남루가 내내 나와 함께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정신의 모태가 아니라 몸과 정신이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몸의 세포도 3년이면 다 바뀐다. 유전자가 기억을 집합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유전자를 유지하는 것 아닌가. 영남루는 50년 전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가를 생각게 한다.” 라고 했다. 그리고 뒤에 덧붙여 영남루는 후천성 유전인자 같은 곳이라 한다.

내게 저자같은 의미가 있는 건물같은 게 있을까...아니면 다른 물건이라도 있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책마다 다르지만 이 책은 내가 읽어왔던 그 어떤 건축 책보다 읽기가 쉽고 편하다.

다양한 사진들이 있고 쉽게 설명해주는 저자가 정말 고마웠다.

특히 저자만의 특유한 감수성이 정말 좋았다. 읽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내게 설명해주는 것 처럼 무척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쉽게 쉽게 다가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이었다면 펼치고 곧 머리가 아파 바로 닫았을 텐데 이 책만큼은 오랫동안 붙들고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봤던 건물이 있는 곳에 가게 된다면 그저 그 곳에서 사진을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건물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찌 만들어지고 보존돼 왔는지를 생각한다면 더욱 의미 깊은 여행길이 될 것 같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붉은매화(6728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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