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외과학의 역사
클로드 달렌 지음 | 김병욱 옮김
파피에
외과학에 대해서 아는게 전혀 없지만,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책. '처음 만나는 외과학의 역사'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저마다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을 기다리면서 다양한 녹초(가 된 사람들의 모습)를 발견한다.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신음을 내뱉는 사람. 뿌리가 상하진 않았는지 고통이 자리한 곳을 소중히 감싸는 사람. 내뱉는 한숨만큼이나 어두운 표정으로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 등.
그들은 다양한 모습들이지만 이런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내가 먼저 의사를 만나고 싶다. 진찰받고 별 일 아니라는 진단을 받아야 마음이 놓이겠다. 내심 이런 얼굴들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한 순간.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상무 판정을 받으면 돈 아깝다는 배부른 하소연이 이어진다. 하긴 막상 의사를 만나는 순간은 5분~10분. 눈깜짝할 새에 끝나버린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그거밖에 의사 얼굴을 볼 수 없다니. 게다가 무신경한 의사라도 만나는 날이면 정말... 노심초사하며 기다린 시간이 무색할 만큼 참으로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호재든 악재든 어쨌거나 조기 발견해서 병을 치료하면 그만이고, 모두들 내과에서 치료가 끝나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을 짓밟는 고약한 '병균'을 만나게 되면 자연히 '외과'로 옮겨 또 기나긴 시간을 무방비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기다린다는 의미가 얼마나 큰 두려움인지 고독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암'일지도 모른다, 혹은 삶을 이어가지만 치료를 달고 살아야 하는 '난치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나 잔인하다. 고독과 암흑으로 점철되어 한 인간을 고통속으로 끌어내리는 시간은 잠깐이면 충분한 것이다.
그만큼 내과에서 외과로 옮긴 환자에게는 외과의의 판정. 그의 한 마디는 환자의 생사를 왔다갔다하게 할 힘을 갖는다. 신랑감으로만 봐도 의사, 그것도 외과의 하면 '사'자 들어가는 일등 신랑감일터. 그 명예를 더이상 거론해봐야 입 아프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이다. 나는 그저 외과학에 대한 명사를 연대순으로 풀어주겠지 생각했는데 그것은 물론이고, 외과학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었다. 사실 너무나 무지한 백지장 상태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잘나가는 외과의들이 천대받는 이발사였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13세기 무렵, 권위적이고 손을 더럽히기 싫어하는 의사들을 대신해서 소소한 수술을 행하는 '이발사-외과의' 등장. 이라고 써 있지 않은가. 오늘날, 내과보다는 외과의가 연봉이나 대우면에서도 더 인정받는 상황인 걸 감안하면 더욱 놀라웠다.
그 밖에도 현대에 오기까지 연대순으로 확인한 사실은 충격적인 것이 다소 등장했다. 마취술이며 소독하는 방법 등이 미약한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감염으로 죽었으며 미신에 의해 고문당하듯 죽음을 맞이한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외과의로는 이 두 명으로 좁힐 수 있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몸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종합체로 보았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신체의 조화로움으로 건강함을 유지한다는 그의 의견. 그리고 그와 반대 의견을 피력한 갈레노스는 나쁜 생활 방식에서 병이 온다고 말했다. 현대의학에서 병의 원인을 나쁜 습관으로 예상하는 것을 보면 오늘날 의사들은 갈레노스의 의견에 손을 들어준 것 같기도 하다. 책에서도 혈액순환을 그가 예측했다고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기록들의 모음이지만 인물에 대한 여담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끝으로, 이런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에는 또 어떻게 직업의 귀천이 뒤바뀔까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러브(mindlre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