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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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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델(펭귄클래식)
존 가드너 지음 | 김전유경 옮김
웅진씽크빅


인간과 짐승 사이에 있는 괴물, 그렌델의 비극

 

최근 들어 고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명작이라 불리는 고전들에서 기본을 배우고 대서사를 배우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문화산업에서 고전을 다시 연구하고 새롭게 쓰고 있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맞아 발견하게 된 펭귄 클래식 시리즈 중 <그렌델>은 베오울프의 전설을 다시 쓴 작품이다. 고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영웅서사시 <베오울프>에는 그렌델이라는 괴물이 등장하는데 12년 동안 흐로트가르 왕을 괴롭혔다가 베오울프에게서 팔을 베이고 죽었다. 바로 그런 괴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니, 상상부터 독특하다. 최근에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품들을 더러 발견하였는데 이 책은 고전을 다시 쓴 작품이라는 점을 주목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렌델은 동물일까 인간일까. 처음에 그의 존재감에 대한 물음은 당혹스러웠다. 그가 경험하고 있는 삶은 갓 태어난 생명체의 존재의 물음 같았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학사상 가장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괴물이라고 평하는 ‘그렌델’은 주인공으로써 다시 태어났다. 그에게는 나름의 고뇌와 갈등이 많았던 모양이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이 존재가 길고 부드러운 초원을 여행하고 흐로드가르 왕에게 덤벼들었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습은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용은 그런 그렌델에게 침착하게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다. 용은 모든 시간과 공간을 보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정말 그 광경이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대화는 진지하고 차분하다. 그리고 인간 본질에 대해 그리고 존재감에 대해 깊이 있게 시사하고 있는 바가 있다. 마치 배움의 길을 파고드는 어린 양과 같은 그렌델은 그런 용이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을 강하게 부인한다. 생명의 본질은 기존의 질서에 대한 좌절감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웅은 잔인한 진실과 맞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 p.108

 

이 이야기는 원작인 <베오울프>에서 베오울프가 동굴로 그렌델과 그의 어미를 죽이러 오는장면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현대적 언어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독특한 말솜씨로 독자들을 자극한다. 자신이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 닥치게 되는지 알게 되면서부터 그는 두려움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느낀다. 그것이 그가 최초의 ‘인간’을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좀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나 자신도 갈등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어린 왕자’와도 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 왕자’는 다양한 상대를 만나면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렌델도 그런 경계 사이에서의 갈등을 자각하면서 특정 ‘물음’에 대해 답을 찾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닥친 폭력과 슬픔이 쉽지는 않았지만, 동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 소설이 원하는 바인가. 해답은 없다.


이 책을 해석하는 것은 독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아직 단 한번밖에 읽어보지 않았지만 다시 꼭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만큼 그동안 읽었던 다른 작품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기분이 들었다. 고전의 중요성이 다시금 깨우쳐졌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디문(ledi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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