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우리교육
‘참교육’을 꿈꾸는 선생님들은 왜 유럽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고자 했을까?
“가난한 아이든 부자 아이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못하는 아이든, 친구에게 인기가 있는 아이든 없는 아이든, 모두들 똑같이 보듬어 줄 수 있는 곳.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선생님들은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유럽을 택한다. 모두 10명의 교사와 고3인 김송요 학생과 고1인 장한솔 학생이 함께 동행한다. 모두 5개국이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독일로 이어졌고 조를 정해 각국에 대한 도서관은 물론, 인문, 사회, 역사에 대한 공부를 미리하고 각 part별로 연구한 나라의 도서관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쓰여 졌다. ‘따로 또 같이 읽기’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다른 생각들도 덤으로 소개함으로 이해를 돕기도 했다. 특히, 김송요 학생의 글은 재치도 있었고 고3이라는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연령임에도 자존감과 자부심이 가득한 글들을 읽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기고 했다. 그리고 이런 희망적인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있다는데 많은 신뢰가 갔고 이런 선생님들이 정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봤다.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되는 관계. 그것이 우리 교육이 함께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니 더욱 절실해진다.
12박 1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유럽의 도서관을 관람했다고 무슨 특별한 대안이 나오겠는가 싶기도 하겠지만 그들은 그 짧은 일정 속에서 알찬 내용들을 정신으로 담아왔고 분명 이 책을 통해 작은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만큼 알차고 유익한 책이었다.
그들이 처음 간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 국립도서관과 켄싱턴 중앙도서관, 차링크로스 도서관을 탐방한다. 유람선 모양의 영국 국립도서관의 압도적인 규모와 특이한 모형을 보면서 과거 신대륙과 보물을 찾아 떠났듯이 ‘지식’과 ‘정보’에 대한 무한한 도전의식을 엿봤다는 김송요학생의 말에 도서관의 위치가 그 나라 발전의 척도가 됨을 함께 공감한다. 주민들을 위한 공공도서관인 켄싱턴 중앙도서관의 전문 사서들의 역할. 거기다 직업교육에 문화행사까지..., 도서관은 시민 깊숙이 파고들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프랑스.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퐁피두센터와 미테랑 도서관, 학교 도서관인 성 마리학교 도서관, 즐거운 시간 도서관, 뷔퐁 도서관을 견학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랑스답게 거리의 부랑자에게도 자유로운 관람을 허용하는 퐁피두센터 도서관. 사진으로만 본 미테랑 도서관은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런가하면 성 마리학교의 학교도서관과 어린이 전용도서관인 즐거운 시간 도서관에 대한 기행은 큰 규모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도서관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분야에 전문가를 만드는 사서에 대한 관리 또한 우리들이 배워야할 부분이다. 좋은 책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주며 책과 어린이 사이를 연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였다.
이탈리아 도서관의 역사를 읽으며 들여다본 로마의 유적들, 철학의 도시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자유로운 분위기 등을 보며 우리 교육의 현주소에 함께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나에게 첫 도서관은 학급문고였다. 방과 후면 책가방은 너럭바위에 던져놓고 산으로 들로 쏘다니던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학급문고를 만드셨다. 각자 집에 있는 책을 가져오라는 거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잡한 학급문고에서 책읽기를 시작했다. 선생님께 독서일기를 검사받고 집으로 가는 거였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책을 읽는 재미와 글을 쓰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 책을 구하기조차 힘들었던 시기였다. 친구집에 있던 세계문학전집은 어린 나에게 묘한 열등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집에서 30분 정도를 걸어가면 이웃동네에 마을문고가 있었다. 뜻이 있는 한 젊은 학도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문고였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책을 찾아 걸어 다녔던 그길. 처음 로마나 프랑스의 도서관들이 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기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책이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들과 부랑자, 어른들을 위한 열린 공간. 그 공간에서 우리는 미래의 희망을 보고 싹을 띄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희망의 씨앗을 이 책은 나에게 심어준다. 내가 책을 찾아 걸어 다녔던 그 길을 잊지 말아야함을 오늘 절실하게 떠올려본다. 이 책을 통해.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목생화(byspe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