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즐리를 찾아라
자미 바스테도
검둥소
일전 서점에 들렀을 적부터 익히 눈에 들어왔던 책이었다. 곰 네마리와 헬리콥터 안의 다섯 명, 처음 책을 봤을 당시에는 표지의 이 그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지금, 다시 표지를 보니 책의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들이 다시금 생각이 난다.
『그리즐리를 찾아라』는 이전의 소설에서 봤던 이야기와는 달리 '자연 속 동물의 생태보고'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설을 읽는 것이 꼭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느낌을 주었달까? 여타의 소설과 많이 달라서인지 책은 그 내용만으로도 내게 큰 만족감을 줬다.
책에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두 종이 등장한다. 두 종은 바로 그리즐리와 인간이다. 인간들은 툰드라 지역에 살고있는 그리즐리에 대해 더 잘 알기위해 그 지역에 살고있는 그리즐리 50여마리에게 GPS 추적이 가능한 목걸이를 채워놨다. 그 목걸이는 위치 뿐 아니라 생체 리듬 등의 다양한 정보들도 수집할 수 있다. 추운 겨울의 어느날, 7-7-7이라 불리는 목걸이가 채워진 암컷 그리즐리 베어가 동면 중에 출산을 했다. 인간들은 목걸이를 통해 이 암컷 그리즐리가 세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들은 그리즐리에 대해 더 알수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그리즐리 가족을 찾으려 한다.
한편, 그리즐리 가족은 날이 풀리자 동굴 밖으로 나온다. 새끼들은 틈만 나면 어미에게로 달려들어 젖을 빨려 하고, 어미는 작년에 축적해둔 양분을 거의 소진해 배가고파 죽을 지경이다. 어미는 본격적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새끼들을 데리고 사냥에 나선다. 그러나 날이 풀린지 얼마 되지않아 먹이는 부족하고, 사냥하면서도 새끼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어미는 먹이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남은 먹이들은 위에 눈과 흙과 나뭇가지등을 쌓아서 저장고를 만들어 보관한다. 육지에서 먹이를 얻기 힘들 때에는 물속에서 물고기들을 사냥하기도 한다. 새끼들은 아직 어미 젖밖에 먹지 못하지만 어미를 쫓아다니면서 사냥하는 방법, 저장고를 만드는 방법, 물 속에서 헤엄치는 방법 등을 배운다. 자신보다 강한 적이 나타나면 도망치는 법도 배우는 것은 물론이다. 새끼의 생명이 위협당하자 어미 그리즐리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자신보다 강한 그리즐리와 맞붙는다. 결국 그 모습이 인간에게 감동을 줘 7-7-7 가족은 인간에게서 해방된다.
인간들은 그리즐리를 찾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인간들은 먼저 그리즐리들에게 마취총을 쏴서 생포한 다음 그들의 목에 GPS 추적이 가능한 생체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목걸이를 채웠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캠프에서 그리즐리들의 목걸이가 보내주는 각종 정보들을 수집해 연구한다. 그리즐리들의 위치를 추적해서 그들의 똥을 주워다가 무얼 먹었는지 건강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분석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들은 이러한 과학기술의 활용이 현장연구의 성과를 높여준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그리즐리 가족의 이야기와 인간들의 이야기를 같은 시점에서 들려준다. 매 순간마다 그리즐리 가족들에게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해의 첫번째 먹잇감과의 싸움, 손에 넣은 먹잇감을 약탈하려 하는 다른 야생동물들과의 마찰, 장남 그리즐리의 추락 소동, 강한 그리즐리의 등장으로 인해 막 잡은 먹이를 두고 도망가는 일들이나 새끼들에게 양분을 다 빨려 배가 너무 고파지자 새끼를 밀치는 어미와 먹고 살겠다고 그래도 파고드는 새끼들과의 마찰(결국 어미가 양보한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인간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은 새카맣게 모르는 채로 그저 '그리즐리들이 어제 먹은 것'과 '그리즐리의 대략적인 위치' 등만 조사하고 있다. 그리즐리를 더 이해하려고 연구하고 있다지만 결국 인간들이 과학기술을 너무 의존하는 탓에 야생의 이야기들을 모두 놓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책의 1장에 써 놓은 것처럼 '과학기술은 현장 연구에서 현장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을 책 전체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계절별로 그리즐리가 겪고 있는 야생의 일들을 정말 생생하게 그려놨다. 책을 읽고 있으면 겨울에는 그리즐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구나, 봄에는 그리즐리들이 이런 일들을 하는 구나, 그리즐리는 여름을 이렇게 보내는 구나, 가을에는 이런 일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은 그리즐리의 출생부터 성장하는 과정과 이들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이 꼭 TV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자세하게 쓰여있다. 인간들의 이야기가 종종 나오긴 하지만 확실히 그리즐리의 생활을 옅보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책에는 문장 몇줄로 표현할 수 없는 훨씬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래도 단 한 줄로 이 책을 이야기 한다면, '그리즐리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상이 아닌 글, 그것도 소설로 한 동물의 생태에 대해 이렇게 알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매우 만족스럽다. 그리즐리의 생활데 대해서 알고 싶거나, 과학기술이 어떻게 현장연구에서 현장을 빼앗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깜찍라엘(rael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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