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할 거다
이상권 지음
사계절출판사
청소년문학을 언제부터 손에 대기 시작했던가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 내가 읽게된 청소년문학이 뭔지도 떠올려보기도 하고. 하지만 사실 어떤 책을 시작으로 내가 청소년문학을 접하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가졌던 어떤 선입견이나 불편한 느낌으로만 생각했던 청소년문학은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것, 재미있었고 내가 이미 지나온 그 시기를 떠올려보게도 하고, 세대차이가 난다고밖에 할 수 없는 요즘의 청소년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함께 살고 있는 중학생 조카를 돌보면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만 했지 어떤 책을 읽어야하며 또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감시 차원에서, 그래도 관심이라는 이유로 함께 읽기 시작한 청소년문학. 이제는 습관처럼 서점의 진열대에 놓여있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꼭 구입하지는 않더라도 한번을 살펴보고 지나게 되는 코너가 되었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고 싶다. 청소년문학이라고 따로 분류해놓지 않았어도 이런 이야기는, 지금 자라고 있는 청소년들과 그들의 부모님 선생님,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학생들이나 어른들이나 옳지 못하다고 하는 행동에 대해 더이상의 시행착오는 없기를 바라면서.....
주인공 시우는 시골에서 인근의 도시로 유학을 온 고등학교 신입생이다. 생각보다 많이 낯설고 호기심으로 시작한 고등학교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나름 모범생이었는데 영어 첫시간에 지적당하고 책을 한줄도 읽지 못하게 되면서 영어선생님한테 찍히고, 국어시간에도 영어시간과 똑같은 증상이 시우에게 나타난다. 책의 글씨가 하나도 안보였던 것,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수업시간들. 결국 시우는 입학 초부터 불량 학생으로 찍힌다. 갑자기 시우에게 나타난 난독증. 그리고 이 병에서 시우는 벗어날 방법 역시 찾지 못한다. 계속되는 난독증과 불편해지기만 한 학교생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선생님, 이곳저곳에서 치이고 무시당하기만 하고....
이제 시우의 이름은 '문제아'이다. 이상하다 정말, 문제가로 낙인 찍히고 보니 날마다 문제아가 될 일만 생긴다. 그러니 학교 생활이 편할리가 없고 즐거울리가 없다. 하루하루 눈 뜨는 아침이 두렵기만 하다.
시우에게 갑자기 나타난 난독증은 시우의 학교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의 시작이었다. 그럼 그 난독증은 왜 나타났을까.
중학교 입학하고 한달쯤 지났을때로 기억한다. 학생주임이면서 음악과목 담당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 어느날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음악 실기시험을 보고 있었다. 독창시험이었는데 지독한 음치였던 나는 거의 빵점에 가까운 실기점수를 받았다. 노래를 못했으니 점수가 안좋은 것은 어쩌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겠지만, 내가 지금 생각해도 서글프고 힘들었던 건 담임선생님의 태도였다.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부를 수 있냐면서 지금은 기억하기도 싫은 무안을 주었다. 그럴 수 있는 일 아니냐고? 초등학교때는 필기시험만 보면 그냥 그게 나의 점수였는데, 실기시험이라는 것 자체도 낯설고 당황스러운데 못한다고 잔소리를 듣고 다른 친구들 앞에 서서 한참을 그렇게 떨면서 있어야 했던 나는 절대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그때의 그 일을 시작으로 나는 담임선생님을 미워하면서 일년을 보내야했고, 음악시간이 두려워져 음악 수업이 들은 날은 가슴이 마구 뛰면서 멀미가 날 정도였다. 화장실을 못가서 변비에 시달려야했고, 어서 빨리 중학교를 졸업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만 잘가면 된다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이 별 의미없는 말로 다가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시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짧지도 않은 머리를 자르라고 윽박지르던 일, 상담을 하고 싶어서 담임선생님을 찾아갔지만 깔끔하게 무시당했던 일, 오히려 시우가 피해자인데도 무조건 공부 잘하는 사람이 피해자로 둔갑해버리던 일, 시우의 재능으로 수상하게 된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바뀌던 일.......
가정을 벗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작은 사회가 학교라고 했다. 학교라는 공간은 청소년(고등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꿈을 꿀 수 있고 희망을 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정이라는 범위를 넘어서는 진솔한 친구관계를 만들어가고, 자신이 품고 있는 미래의 청사진이 되어야 할 곳, 그런 곳이 바로 학교라고...
학교를 바로 그런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도 선생님도 서로가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는 학교라는 곳에서 많이 상처입는다. 수도없이 보는 시험의 성적으로 학생의 등급을 나누고, 재능을 끌어낼 수 있게 하기 보다는 그저 좋은 학교로의 진학률로만 모든 것이 판단되는 곳. 나만 아니면 되지 하면서도 현실은 그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슬프지만,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담임 선생님은 애초부터 자신만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나를 다그치고 있었다. 성적으로 가름하자면 그들은 모범생이고 나는 불량 학생이다. 그러니 뭐라 반박할 수 없다. 학교라는 곳에서는 옳고 그름보다는 누가 더 성적이 우수한가 하는 것이 모든 평가의 잣대니까. - 163 페이지
처음 시우가 담임선생님을 찾아갔을때, 담임선생님께서 제대로 관심가져 주엇다면 시우는 문제아가 되지 않았을까. 아침에 학교로 향하는 시우의 발걸음을 가벼워졌을까, 가슴에 독을 품는게 아닌 애정으로 학교에서의 모든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완전하게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아니었더라도, 그때 분명 시우는 담임의 눈길과 관심에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품어주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을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잘 못하고 있기에 그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의 지독한 노력으로 글쓰기에 재능을 키운 시우는 자신의 꿈을 키운다. 문학을 하는 것. 그래서 쓸 거라고. 자신을 욕한 놈들, 비웃은 놈들, 모두 다 써줄 거라고...
시우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 하고자 하는 의지를 품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제발 포기하지 말고 그대로 더 나아가 주기를 바라면서 읽어갔던 내 마음을 대신하기라도 한 듯이 마지막 시우의 다짐같은 외침은 가슴을 너무 울리게 한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도 한 이 책에서 작가의 과거를 읽는다. 얼마나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누군가에게 외치고 싶었던 알리고 싶었던 학교라는 공간의 현실에 대해서 우리가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상황들에 대해서 그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고. 학교생활이 주었던 상처는 너무 컸지만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뤄 나가는 일이 결국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선생님에 대한 반감과 배신이 많이 들었지만, 나의 안좋은 기억에서의 선생님을 또한번 욕해주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스승으로 불릴만한 선생님들 많으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진짜 선생님이 학교에 많이 존재해 계시다는 것을 믿으면서 알고 있으면서도, 조금만 더 아이들의 시선에 눈 맞춰주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뻑공(nomunh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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