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원제 To Live Until We Say Good-Bye (1978)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이레
이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바로 그들은 그들의 삶을 "남김없이 살아버렸다"는 점이다. 5세에 엄마 곁을 떠난 꼬마 아가씨 제이미도, 57세 때 암판정을 받은 루이스도, 그리고 42세의 나이에 시한부 삶을 살았던 베스도 남김없이 살아버렸기에 죽기 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도 태어난 지 이틀 째 선천성 심장병 판정을 받고 병원이 제 집인냥 들락거렸던 터라 이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생후 6개월 때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지던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보통 심장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적어도 3일은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관례였지만 마취에서 깬 후, 생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딸아이는 엄마 품이 아닌 온갖 고무 호스와 기계들 속에서 발버둥치며 울어댔고 결국 의료진은 중환자실로 온지 반나절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엄마 품으로 돌려보내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준 것에 나는 지금도 감사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의료진들이 환자의 병에만 관심을 가질 뿐,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아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세미나를 열고,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의료계에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그녀는 죽어가는 이들이 무시무시한 기계의 소음이나 호스 등과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남은 생애동안 감정을 정리하고 죄책감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줌으로써,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병원 침대가 아닌 자신의 집에서 맞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었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시한부 환자들이 자신은 죽어가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들은 약물이나 화학치료의 도움 없이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진정으로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눈을 감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있다면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5살의 사랑하는 딸아이를 떠나보낸 린다는 엘리자베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 저는 더 이상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이미의 무덤에 다녀오는 길에도 그 아이를 그 곳에 혼자 남겨두고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죽은 후에도 항상 제 곁에 있었어요. 고통의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제이미의 용기와 기쁨, 사랑은 언제나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 아이는 정말 특별한 하느님의 선물이었어요. "
엘리자베스는 '마지막 평화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샨티 닐라야"라는 호스피스를 각 주마다 세울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죽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있게 될 것임을 믿었다. 우리 나라에도 집도 없고 임종의 마지막을 지켜줄 가족이나 친척도 없이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죽은 지 오래된 노인들의 시신이 이웃 주민들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 나라에도 이 호스피스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다음 주면 대통령이 선출된다. 정치도 좋고 경제 살리기도 좋지만 외롭고 힘든 삶을 산 사람들이 생애 마지막 시간만큼은 평화롭고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샨티 닐라야 같은 요양 시설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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