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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가장 소중한 작품은 나의 인생이다-디터 분더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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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질러간 여성들의 뜨거운 삶의 이야기-

남녀평등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남녀평등에 관한 문제는 어디에나 있었으며, 그 벽을 넘기 위해 험난한 인생을 살았던 여인들의 수를 헤아리자면 손가락이 모자를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보다 살기 편해지지 않았느냐고. 여성들도 밖에서 자유로이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된 지금, 남녀평등이 실현된 것은 아니냐고. 내 대답은 -NO-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밖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은 집안일도 잘 해내야 하는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며, 나와 내 친구들이 걸어가기를 원하는 분야에서도 남녀불평등에 의한 울분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굉장한 페미니스트이냐 하면, 또한 그런 것도 아니다. <페미니스트 : 1. 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2 여성숭배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두 가지의 뜻이 불쑥 튀어나온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첫 번째의 뜻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씁쓸하다. 인간은 모두 평등할텐데, 어째서 <남녀평등>이라는 단어가 생기고 만 것일까. 처음부터 남녀사이에 평등이 존재했다면, 이런 단어는 아예 존재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지금보다 훨씬 여성에게 제약이 많았을 지난 600년 동안 자신을 둘러싼 우주 속에서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한 여인들의 삶의 기록이다.

전부 열 명의 대단한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 두 명의 여성을 소개해볼까 한다. 먼저 프랑스의 루이 15세의 정부 -마담 드 퐁파두르-이다. 남편이 있었던 이 여인은 정부가 된 뒤 루이 15세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다. 비록 정부이기는 했으나 건설을 좋아하고 예술과 문화를 즐겼으며, 지적 호기심도 풍부했던 그녀는 국가적인 일에도 개입하고 왕을 즐겁게 하려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왕실에서 보이지 않는 음모와 계략에 항상 노심초사하고, 복수에 마음을 불태우기도 했지만, 그녀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왕조차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학의 진정한 친구들과 참된 철학자들은 퐁파두르 부인의 죽음을 깊이 슬퍼해야 할 것이다. 그녀의 생각과 노력은 옳은 것이었다. 그것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죽음으로 우리는 정말로 많은 것을 잃었다. -p149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는 마담 드 퐁파두르의 죽음을 이렇게 애도했다고 한다. 내 머릿속에서 정부란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권력을 위해 왕을 유혹하고, 왕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쥐었다 폈다 하는, 그러면서도 결국은 그 권력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왕의 정부들의 이미지다. 하지만 마담 드 퐁파두르는 그런 나의 편협한 생각을 보기좋게 깨트려 주었다. 비록 왕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남편까지 버리면서까지 시작된 정부생활이었으나, 그녀가 가지고 있던 사회적인 업적과 문학, 예술에 관한 지식은 위대한 사상가까지 슬프게 만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소개하고자 하는 두 번째 여인은 -시몬느 드 보봐르-다. 페미니즘에 한 획을 그었다는 이 여인은 장 폴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유명하다. 비록 결혼식을 올리거나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평생을 계약연애를 즐기면서 각자의 생활을 존중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와 함께 실존주의(참고-http://100.naver.com/100.nhn?docid=102840)를 대표하는 학자이다. 또한 여성과 사랑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 자신은 레즈비언으로 불리기를 꺼렸다고 한다.

 한 남자를 사랑하듯이 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것, 즉 인간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거기서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어떤 강제성을 느낄 필요도 의무감으로 부담스러워 할 필요도 없다. -p297

아직도 양성애에 대해 까다로운 지금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인간을 남녀로 나누어 보지 않고, 단순히 <인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보봐르는 이성과의 관계만을 강요하는 것은 보수적인 교육 때문이라고 여기고,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던 것이다.

 사람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p-307

보봐르는 여성을 생물학, 심리학 그리고 역사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여성의 실제적인 삶의 조건들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술한 [제2의 성]을 출간했다. 그 책의 핵심 내용이 바로 위의 문장이다. 문화와 사회가 자연 이상으로 여성의 본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주장했으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다.

위에 소개한 두 여성 뿐만 아니라 다른 여덟 명의 여성들도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갔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 자신이 한계를 규정짓지 않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들의 삶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읽는 도중 내 마음 한 구석이 뜨끔뜨끔했다.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나에게 어서 일어나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들과는 달리 꽉 막힌 생각 속에 아둥바둥 지금의 위치를 고수하려는 모습들로 그려지는 남성들은 과연 인간을 상하로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종교적, 철학적, 사회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작품으로 만들어 간 열 명의 여성들. 언젠가는 나도 나의 가장 소중한 작품은 바로 나의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분홍쟁이(yulianna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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