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그림 여행
정지원 지음
한겨레출판
[인상깊은 구절]
- 우리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지난 시절 추구하던 이상이나 가치와 부합하고 있는지, 혹은 너무 멀리 벗어나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우리는 잃어버린 것만큼 새롭게 발견한 삶의 표정이 우리를 깊이 있게 가꾸어주고 있음을 안다. (18p)
- 시대가 어두워질수록 모두가 침묵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도미에는 권력에 야합한 상황이나 비겁한 침묵을 날카로운 붓으로 찢어내 그 뒤편의 본질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88p)
- 어둠과 맞설 유일한 무기는 빛을 폐기하지 않는 진심어린 빛의 눈동자라는 것을 렘브란트한테서 배운다. (176p)
- 로댕은 말한다. 예술은 머리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하나하나 일구는 노동이라고. 머리로 하는 작업은 앙상한 관념을 만들 뿐이지만, 노동은 신이 고심했던 작업의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는 장엄한 역사라고. (192p)
- 사는 일은 외롭다. 드가는 아마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집요하게 선과 색채의 아름다움을 향해 질주한 까닭도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눈이 완전히 먼 다음에도 한참을 암흑 속에서 더 살다가 생을 마쳤다. 그에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은 얼마나 참담하고 지옥 같았을까. 그는 스스로 묘비명을 지었다. "드가는 드로잉을 참 좋아했다네." (211p)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그림같은 세상 - 황경신 지음
그림 읽어주는 여자 - 한젬마 지음
그림에, 마음을 놓다 - 이주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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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그림>만큼 절묘하게 들어맞는 영역이 또 있을까? 대학시절 <문화예술사>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는 많은 작품들을 보여주셨다. 사전지식없이 그 작품들을 보았을 때는 그저 '아, 무엇을 그렸군. 어쩌면 이렇게 묘사를 진짜같이 했을까?'등의 단편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림 속 소재들의 의미와 시대배경 등에 대하여 공부하고 난 후에 다시 그 작품들을 바라봤을 때는 깨닫게 되는 것도 많았고, 화가가 작품 속에 숨겨둔 주제도 엿보며 한참동안 감상하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림에 대한 '지식'이 전부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나의 그림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통찰력이나 감수성, 경험 등에 따라 각자에게 다양한 의미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내 영혼의 그림여행>의 저자는 시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시보다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작사한 사람으로 더 유명하다, 아니 오히려 이 노래가 그녀 자신보다 더 유명하다. 그런 그녀가 그림 또한 노래처럼 많은 이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기를 꿈꾸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저자와 함께 '사랑', '분노', '슬픔', '꿈' 이렇게 네 가지 코스를 돌며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제목 그대로 '영혼의 그림여행'이다.
그녀는 시인답게 섬세한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으로 그림 속의 의미와 감정을 헤아린다. 그리고 그것을 오롯이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독자는 그녀와 함께, 책 속 그림과 함께 화가에 속마음에도 들어가보고, 작품 속에서 뛰놀아본다. 그리고 그림 속에 담긴 사랑의 설레임을 온전히 내것으로 느끼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함과 폭력을 보고 분노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꿈을 꾸곤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작품과 화가들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고, 그중에서도 내 마음의 깊은 곳을 터치한 작품들을 여럿 만나게 되어 참 좋았다. 네모난 비누처럼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굳어져가던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다시 움직여준 정지원 시인의 감성가득한 글과 수많은 작품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작품과 글을 통해 세상과 나 자신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멋진 책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노란지붕(real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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