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쿠 김홍도의 비밀
백금남 지음
한강수
새롭고 대단한 가설로 출발한 작품이다. 요즘 <바람의 화원>으로 춘화의 대가라고 알고 있던 신윤복의 인생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여세를 타고 나온 작품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풍속화가 김홍도와 일본의 천재화가 도슈사이 샤라쿠가 동일인물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다.
일본의 천재화가 도슈사이 샤라쿠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200여년 전 에도 극장가에 갑자기 나타나 단 10개월간 작품활동을 하다가 사라져 버린 인물로서 그의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라파엘로, 렘브란트 등 세계의 내노라 하는 화가들과 쌍벽을 이루는 화가라고 한다. 아무도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그의 우키요에 실력은 서양인들에게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천재화가가 어떻게 김홍도와 동일인물일 수가 있는가. 작가는 크게 두가지 증거를 들고 있다. 우선 문헌학적 증거로서 일본에서 샤라쿠가 출몰한 10개월의 기간동안 조선에서의 김홍도의 행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며 <초등산수습방첩>이라는 책에서도 조선 임금 정조가 일본의 지형과 군비시설을 살피고 오라고 김홍도를 대마도에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있음을 증거로 삼고 있다. 또 하나는 샤라쿠의 필치와 김홍도의 필치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과 <송웅도>라는 그림에서는 "조선국 사능 씨김주사"라는 직인이 선명히 찍혀있다고 한다.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작가는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라는 그림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소재는 새롭고 내용도 재미있었으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에 있어 약간 허술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는 없었다. 즉 김홍도가 샤라쿠라는 엄청난 비밀을 소설 속 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너무나 쉽게 발설해 버린 것이다. "아 맞다. 이제야 생각이 났는데...이러이러 하더라"라는 식으로 인물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모든 사실을 불어버리는 성급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도 전체적으로 산만한 경향이 있다. 김홍도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가상의 인물을 포함하여) 비중을 똑같이 두려고 한 나머지 결국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산만함이 있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땅군의 자식으로 태어나 아버지가 청룡에게 변을 당한 후 용에게 한을 품고 어찌어찌 김홍도의 제자로 들어왔던 희룡이라는 인물만 보더라도 그가 청룡을 찾아나설것만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다가 결국에는 그냥 김홍도의 여자를 용주사로 안내하는 별 것 아닌 역할로 끝나버리는 시시한 인물로 변해버린다. 참신한 소재로 좀 더 신중하게 내용을 구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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