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미 꽃이다(말뿌리시선1)
몇 년 만에 읽어본 시집인지 모르겠다. 붉은색 한지 느낌이 나는 심플한 디자인에 놀란 것도 잠시 오랜만에 활자보다 공간이 더 넓은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그런데 내 마음도 빽빽한 글자들처럼 조바심이 났었던 걸까,
처음엔 시를 읽고 있다는 것이 그 어색한 행간과의 대화가 솔직히 쉽지 않았다.
작가 강연은 내게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단편동화로 등단을 했다고 했다. 작가가 대학과 군시절을 지나 사회생활과 일상을 통해 느낀 것들을 수백편의 시로 썼고 그 세월이 무려 15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82편을 이 시집에 실었다.
<넌 이미 꽃이다>는 크게 1부 생명의 노래, 2부 자연의 노래, 3부 침묵의 노래로 나뉘어져 있다. 일단 느낀점을 말하자면 난 이 시집이 특별히 멋내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지극히 관념적이라던가 했다면 바로 외면을 받았겠지만 그 어떤 글보다 치열한 삶과 자신의 체험을 시로 들려주고 있었다. 진실이 담긴 글은 무시할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좀 진부한 표현이나 너무 단순해서 이게 시가 맞나...하는 시도 있었지만 또 기가막히게 반짝이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마저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표현을 찾기 보다는 삶과 예민한 문제들에 대한 사유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시인이나 작가라면 왠지 골방에 틀어박혀 작업한다거나 하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이 시집을 낸 작가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재테크와 재무관련 컨설팅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가 많이 정직하고 바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시에서 받았다. 이런 사람이라면 나의 소중한 재산을 맡길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세상과 많은 교감을 나누고 듣고 배우고 부딪치기도 하고 경험이란걸 해봐서일까, 현실적인 부분도 많이 느낄 수 있다. 생활을 파고드는 시에서는 따뜻함을, 때론 서늘할 정도의 냉철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열정적이어서 예민하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작가와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오늘의 책콩]넌 이미 꽃이다.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삐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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