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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노란잠수함, 책의 바다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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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잠수함, 책의 바다에 빠지다
조원진, 김양우 지음
삼인


인상깊은 구절
하위주체가 언어를 지닌다는 사실 자체가 급진적이라고 선배는 말했다. 생각해보면, 논술의 언어들은 어떤 의미에서 '승인된' 또는 '권력을 지닌' 언어다. 왜냐하면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입시 안에서 맥락을 갖기 때문이다. 논술의 언어들을 좀더 정확하고 적절하게 쓸 수 있어야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권력을 지닌'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다른 언어들 내지 하위주체의 언어들이 추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93쪽)

부제 : 책 읽고, 놀고, 대학도 가고, 일석삼조 독서토론기


<노란 잠수함, 책의 바다에 빠지다>는 책을 좋아하는 고딩 다섯 명이 모여 어설프지만 욕심껏 독서 토론을 이끌어간 내용을 담은 책이다. 총 3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인 그들이 2006년 동안 15회에 걸쳐서 독서토론을 진행한 과정하며 결과물들을 소개하는 장이다. 2부는 그들이 토론한 책 중에서 마르셀 모스의  『선물, 경제 너머를 꿈꾸다』에서 이야기하는 ‘증여론’을 현실에서 만나본, 공짜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와 이미 대학생이 된 양우 학생이 본 인문계 고교의 고3으로 산다는 것, 새로운 방식의 논술수업, 입시를 위한 글쓰기에 관한 생각 등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3부에서는 노란잠수함 멤버들 다섯 명의 유쾌한 수다가 이어진다.

 

아무리 책을 좋아해서 모인 학생들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에게 독서는 무엇을 의미할까.

 

노란 잠수함의 항해는, 처음에는 입시제도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우리도 대학 진학을 위해 논술 공부가 필요했던 것이다. 논술시험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부모님께 부담을 지우며 등록한 논술학원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저런 문제에 대한 답은 저렇게, 하는 식으로 모범답안을 쓰는 것만을 가르쳤다. 또한 사교육에 맞서 학교에서 어렵게 생겨난 논술 수업들도 그다지 큰 실효를 보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며 지속되었다. (25쪽)

 

여느 고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입시를 무시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만난 노란잠수함이 특별한 이유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함께 입시가 아닌 책 읽기 본연의 즐거움을 나름대로 누렸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의 도움도 학원의 도움도 아닌 그들 스스로가 사유할 수 있는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들이 선정한 책은  『제 3의 물결』이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도 이 책은 필독서였던 걸로 안다. 하지만 읽은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뭣 하러 어른들도 잘 읽지 않는 책을 필독서로 선정하여 책 읽는 즐거움의 싹을 잘라버리는지 모르겠다. 노란잠수함 멤버들도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골랐다는 것을 알고 다음 토론부터 책의 난이도를 조절한다. 토론이 무르익을 무렵, 『대담』이란 책을 읽고 문과·이과의 벽을 허물 수 있었다는 점은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대도 무척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밖에도 중간 중간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문제점이라든지 고딩시절의 암울한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들려준다. 자칫 대안이 없는 불평불만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비추어 그들이 지닌 문제의식만은 대단한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 혹, 이 책을 참고하여 독서 토론 모임을 이끌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참 좋은 참고서가 될 듯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거리에서(trio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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