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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실격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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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사원(양장본)
에가미 고 지음 | 김주영 옮김
북하우스


 


실격사원

에가미 고의 소설집 '실격사원'은 회사라는 조직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온갖 잘못된 행동은 다하는 직장인이 등장하는 열가지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사건들은 모세의 십계명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책을 읽지 않고 어떻게 십계명이 그대로 회사 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에 적용될 수가 있는거지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첫번째 장만 읽어도 '아하, 이런 뜻이 숨어 있었구나' 라고 깨닫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에가미 고가 은행원 출신이어서인지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영업과 실적, 승진에 쫓기는 은행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가 있다.

 첫번째 계명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 충성하라'는 뜻이다. 과장으로 승진을 앞둔 은행 영업부 주인 야스오는 동기가 헤드헌터의 스카웃을 통해 외국계회사로 이직하게 된 것을 부러워한다. 그런 그에게도 헤드헌터로부터의 두번의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다. 첫번째 제안은 의심스러워 거절하지만 두번째 제안은 높은 연봉 제시와 여자 헤드헨터의 목소리에 흔들려 약속장소에 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회사의 과장시험이었던 것이다.

두번째 계명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에 빠져들어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말라'라는 뜻이다.  중년의 영업사원인 가리야는 실적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고객과 직원들에게 신뢰를 받는 은행원이다. 하지만 펀드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지점장이 도입한 '왕'게임에서 계속 왕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의 허락도 없이 예금통장을 헐어 펀드에 가입한다. 계속된 부정에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을 느낀 가리야는 왕게임을 그만하자고 제안을 하지만 이로 인한 성과가 높다고 판단한 은행은 거절한다. 결국 가리야는 자신의 고객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고객은 비밀을 지키는 대신 자신이 가리야의 왕이 되겠다고 나선다.

그 외 나머지 계명은 '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는 '권력자를 사칭하지 말라',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휴일도 없이 일에만 매달려 부하직원들을 괴롭히지 말라', '도둑질을 하지말라'는 '다른이의 실적을 가로채지 말라',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신의를 지켜라'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출세를 위해 경쟁자인 자신의 동료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너뜨리는 사람, 부하직원의 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 승승장구 하려는 사람, 담합으로 처벌받기가 두려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그동안의 신의를 저버리려는 사람, 윤리의식을 지키라고 강의를 하면서도 자신 역시 그것을 깨려고 하는 사람 등등 많은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생생함이 느껴지고,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이 떠오르는 것은 이 책의 저자 에가미 고가 26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겪었을, 존재할 법한 일이기에 가능한 것 이리라.


일본과 은행이라는 배경 속에서 만들어 진 '실격사원', 한국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바뀔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낙하산, 재벌, 남녀차별 등이 더 다뤄지지 않았을까?

저자는 이 책에 소개한 열가지 계율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작가 후기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자신 역시 경쟁을 위해, 실적을 위해 십계명을 어길수도 있었지만, 은행 입사 시 아버지가 들려준 '고객을 위해 일하라'라는 말씀 때문에 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 역자가 덧붙인 '신명나게 일하자'를 포함해서 신의를 가지고 고객을 위해 신명나게 일한다면 총성없는 전쟁터라는 회사라는 곳에서 살아남으면서도 동시에 '실격사원'이 아닌 '인정사원'이 되지 않을까?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마음먹기(aud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