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들 - 뉴요커, 패션, 5번가, 마약, 범죄, 물가, 뮤지컬...등등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뉴욕을 아직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아니 뉴욕에서 살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영화나 이야기 등에서 주워들은 구체적인 알갱이가 없는 피상적인 껍데기들일 뿐이다. 그런 나에게 "뉴욕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 를 자처하며 다가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뉴욕 다이어리>이다.
맨 먼저 저자의 이력을 보았다. 과연 뉴욕이라는 곳에 대해 말할 자격이 충분히 있을 정도의 시간을 뉴욕에서 보냈는지 의심스러워서였을 것이다. 이력에 의하면 그녀는 무용을 하는 사람이고 2004년 유학길에 올라 지금까지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뉴요커가 될만한가? 왜 그토록 사람들은 뉴.요.커.라는 단어에 그렇게 열광하는가? 수많은 머릿 속 질문을 뒤로 한 채, 페이지를 넘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뉴욕에 대한 판타지를 갖게 하는데 한몫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으나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예전에 여성들이 가졌던 신데렐라 증후군처럼 뉴욕에 대한 허황된 판타지를 갖게되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인 것 같았다.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뉴욕에서 생활하려면 적어도 한달에 5,000달러의 생활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월급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말이다. 반면 뉴욕에는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이민자들과 불법 체류자 그리고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미국인이어도 미국인이라 불리지 못하는 할렘의 흑인들, 최저임금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당 겨우 1달러 남짓을 받는 배달원들도 있다. 이렇게 부와 가난, 아름다움과 추함이 모호한 경계를 이루며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 뉴욕이라는 도시이다.
그렇다면 누가 뉴요커인가? 뉴욕에 산다고 해서 뉴요커가 아니란다. 뉴욕 시에 살더라도 고국의 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사는 이민자들을 뉴요커라 하지 않으며 제 아무리 고급 옷으로 치장을 해도 갓 뉴욕에 당도한 이들을 뉴요커라 하지 않는다. 저자는 뉴요커란 뉴욕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가진 이들, 즉 다분히 문화 엘리트다운 삶의 방식을 지칭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니 괜히 드라마 따위를 보고 뉴요커가 되려는 황망한 생각은 접도록 하자. 거리에서 한 손에는 핫도그를, 또 한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다닌다고 뉴요커가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이 책은 뉴욕의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 혹은 쇼핑 리스트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앉아있다면 꼭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이 책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건 아니지만 뉴욕이라는 도시를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교정해주는 그런 책이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큼지막한 사진에서부터 작은 이미지까지 그녀가 말하는 뉴욕을 잘 표현해주는 듯 하다.
섹스 앤 더 시티의 환상에서 벗어나고픈 여성들에게 권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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