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르게 미국드라마의 열풍에 한몫을 했던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그런 상투적인 듯한 책 제목이다. 그렇지 않으면 '프리즌 호텔'에 갇혀 만두를 먹는 올드보이가 떠오르기도 하는 그런 낯설지만은 않은 책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을 그런 유명세를 타고 가는 이류라고 보면 안되는거 아니겠는가.
역시 그의 소설은 단숨에 다 읽어버리고 하룻만에 바로 가을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 책 프리즌 호텔은 '마이너중의 마이너이다 보니 없는 게 없는 곳'이라고 한다.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는 의미는 호텔의 사장이 야쿠자 두목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또한 사장의 의향대로 그 어느누구이든 차별없이 모든이를 숙박객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것이다. 물론 그곳의 예약 손님 90%이상은 타 조직의 패밀리, 그것도 그들은 패키지 상품으로 2식포함에 손님 패밀리와 호텔 패밀리의 소프트볼 시합까지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은 물론 그 호텔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프리즌 호텔이라 부르며 가까이 가기를 꺼려한다.
이런 호텔에 나카조 사장의 조카인 조폭전문소설가 - 이런 명칭이 있겠는가. 그는 조폭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 기도 고노스케이다. 그가 호텔로 찾아가고, 황혼이혼을 결심한 노부인이 관광협회의 추천을 받아 그 호텔을 찾아가고 근처에서 가족동반자살을 꾀하던 한 일가족까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한여름밤의 꿈처럼 한바탕 소동을 벌일 준비를 한다.
그 소동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프리즌 호텔의 매력이 되는 것이니 이쯤에서 프리즌 호텔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멈춰야 하겠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크라운 호텔에 입사를 하여 전도유망한 호텔지배인이 되었어야 할 하나자와 지배인이 십여년의 좌천생활 끝에 야쿠자 두목 나카조 사장의 마음에 들어 전격 스카웃 된 이유는 괜히 맘 한구석이 짠해지는 감동이 스며있다.
"자네가 일으킨 사건은 전부 알고 있어. 그런 자네를 가차없이 좌천시킨 크라운 쪽이 미친 놈들이지. 자네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불특정다수가 사용하는 시설은 은행이건 백화점이건 호텔이건 공적인 그릇이어야 한다고 말이야. 맞아, 반드시 그래야 해. 세상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거지. 그릇이 클수록 바닥이 깊어야 사람을 편하게 할 수 있어"(174)
비록 야쿠자와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그래서 프리즌 호텔이라 불리는 곳이지만 그곳은 오히려 삐딱하게 살아온 인생, 절망만을 안고 좌절해버린 인생,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하지 않고 관계를 끊어버리려고 하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만화같은 이야기 설정으로 시작해서 우리 인생사의 심각한 문제를 경쾌하게 드러내면서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프리즌 호텔의 이야기는 각자의 삶속에 담겨있는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더 깊이있는 의미를 전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수가 없는 것이다.
프리즌 호텔을 읽는 동안 한여름밤의 한바탕 꿈같은 유쾌한 소동이야기에 마음이 즐겁기도 했고, 그 안에 담겨있는 그릇의 크기와 깊이에 감동을 받아버리기도 했다. 프리즌 호텔에서의 이박삼일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또다시 프리즌 호텔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루피(francis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