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쯤 이었던가, 친구가 근무하는 핀란드를 놀러갈 기회가 있었다. 지사발령으로 인해 1년여간 그곳에서 근무하는 그 친구의 회사는 물류다국적 기업이었다. 그때, 그 친구가 동유럽과 러시아의 맥을 짚어야할 때가 올 것이라 침을 튀겼었다. 보따리 장사꾼인 나로서는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한 얘기였지만 워낙 방대한 것들이어서 소상인에게까지 주어질만한 기회는 없었다. 그때 그 친구의 이야기 중에 삼성그룹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그 몇년 후 골드만삭스에서 BRICs라는 용어를 개발했고 그것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신흥 4대 경제대국이 될만한 국가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개념은 굳이 신경제용어로 등장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짐작해볼만한 것이기는 했다. 이 네 개의 나라는 공통적으로 당시에는 낙후된 경제여건이었지만 워낙 넓은 땅덩이와 풍부한 자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경제대국이 될 요건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시기가 또 몇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거의 현실화 되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최강점이었던 IT산업조차도 머지않아 인도에게 그 자리를 내어줘야 할 판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와 KOTRA가 함께 만들어낸 책이고 러시아 시장에 대한 보고서 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굉장히 잘 만들어진 책이다. 약 열흘간에 걸쳐 곰곰히 살펴보았는데 언제고 우리와 직접적인 경제교류를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바로 이런 책은 그야말로 소장가치 100%라고 하겠다. 이 정도의 자료를 인터넷이나 기타 방법으로 수집하려면 정말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만한 자료들이었다. 또한 그 출저 역시 신뢰할수 없는 것이 많고.
현 러시아의 시장경제와 정착가능성에 대한 부분을 구소련시기부터 옐친과 푸틴에 이르기까지 밀도있게 다루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산업구조형태와 그 전망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는데 석유화학 에너지, 항공과학분야야 본디 러시아가 강국이었고, 이제 IT분야도 그 범위가 만만치 않게 드러나고 있었다.
상당한 참고도서와 수치도표로 그 발전상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일목요연하게 정리 하였다. 3부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러시아의 현상황에 맞추어 산업입지를 분석하고, 내수시장을 조망하여, 교역및 기타 경제협력이 가능한 부분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책 한 권이면 러시아 경제의 큰 그림을 보기에 차고 넘칠만큼 훌륭하다.
나는 아직 러시아와의 교역이 없는 실정이지만 때가 되면 언제든 뛰어들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항상 스탠바이 상태라고나 할까. 사실 신흥경제대국은 누구나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부정부패와 거품경제, 신흥거부-올리가르히 같은... 실제 잉글시리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경제력은 러시아 넘버 2이다.- 그러나 그 단계가 거치고 나면 소상인이 엮일만한 많은 일들이 다시 또 생겨난다. 사실 현장에서 뛰어다니면서 얻어들이는 정보가 값진 것이 많다고는 하나, 그것도 전반의 큰그림을 즉, 거시경제적 측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활용할만한 정보들이다.
약 1억5천 정도의 인구에 비해 미친듯이 넓은 땅덩이를 가진 러시아의 성장은 가히 눈부실만큼 빠르고 여기서 조금만 더 빠르게 점화된다면 신흥경제 4대 대국의 모양새가 볼만할 것이라 생각된다.
직접적인 무역활동을 하지 않는 일반 독자가 보기로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저 세상돌아가는 꼴을 흥미로워 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재미있을 법한 책이기도 하다.
특히나 현재 러시아와의 교역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훌륭한 책은 현재로써는 없어보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비토(vito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