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베다
모옌
문학동네
삶과 공포와 희망.
조금은 몽환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달빛을 베다>라는 작품을 통해 '모옌'이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를 볼때면 으례 이력을 살펴보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학업을 포기하고 수년간 농촌생활을 하다가 18세 되던 해 면화가공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러다, 1976년 20세 나이로 고향을 떠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문학에 눈을 돌려 해방군 예술학원에 입학, 1986년 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학업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다, 다시 문학에 눈을 돌렸다는 그의 이력이 조금은 독특하게 다가왔다. 그런 그의 경험이 다양한 문학의 색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달빛을 베다>에는 '달빛을 베다'라는 작품을 포함해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중국소설을 요즘들어 몇권 접해보긴 했지만, 단편은(중국단편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평소 단편을 즐겨 읽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 읽은 그의 단편은 삶의 모습과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위주의 단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난해하거나 지루한 것은 아닌데 재미만으로 술술 읽히는 그런 단편과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 교과서에서 접해볼 수 있는 그런 단편들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달빛을 베다>의 경우에는 편지한통의 이야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 위원회 건물 남쪽의 소나무 맨 꼭대기 나뭇가지에 사람의 머리통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 그 편지를 보며 궁금증이 들었다. '사람의 머리가 어떻게 소나무 맨 꼭대기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을까?', '도대체 누가 저지른 일이란 말인가?' 정말 신기한 것은 그 목이 끊긴 부위가 마치 인두로 지진것처럼 매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전설을 전해준다. '달빛을 베다'라는 전설에서 대장장이가 아가씨의 부탁으로 신비스런 강철덩어리로 '월광참도'를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로지 월광참도를 써야만 사람의 머리를 베어도 핏방울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끊긴 자리가 매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외 또 다른 전설이 전해지기도 했다고 하는데 내 앞에는 달빛에 월광참도가 반짝하고 빛을 내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정말 월광참도로 인한 것이였을까? 조금은 몽환적인, 그러면서도 미스터리로 시작되는 이 단편을 만나며, 다음 단편들 역시 몽환적이고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단편들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나의 그런 예상은 어긋났다. 책속에 실린 12편의 단편은 저마다 다른 색을 빛내고 있었다. 다음 단편인 '위대한 예술가와의 만남'의 경우 그런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처음에 서술되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예상한 위대한 예술가의 모습을 그려보다 결말에 이르러 '허'소리를 내지르게 되는..풍자가 돋보이는 그런 단편이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속에서 아이들이 많이 등장(문둥병 걸린 여인의 애인, 설날 족자 걸기, 메기 아가리, 목수와 개, 엄지수갑, 소설 아홉토막)하는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잔혹한 본성은 대조를 발해 더욱 두드려저 다가왔던 것 같다.
12편의 이야기는 글의 분위기도 저마다 다르지만,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저마다 달라 읽는 재미가 있었다. 보통 작가의 작품을 대하다 보면 으례 글의 분위기가 비슷하기 마련인데, 이렇듯 다양한 글을 보여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반가웠던 것 같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중국소설들은 저마다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글의 분위기도 다르고 주제도 다르지만, 이렇듯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에 더 친숙한 느낌이 든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나는 확실히 굶주림과 외로움, 그리고 공포 속에서 자라난 아이였다. 숱한 고난을 겪고 참고 견뎌야 했으나, 마지막에 가서는 미치광이가 되지도 않았거니와 타락하지도 않고 어엿한 작가로 성장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토록 길고 지루한 암흑의 세월을 보낼 수 있게 지탱해주었을까?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따뜻하게 입지도 못하는 세월 속에서, 나는 어떻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얻을까 희망하며 살아왔다.' (작가의 말中)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속에는 그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로 인해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보며 작가가 말하는 '공포와 희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별이(rubiya79)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교실 (0) | 2008.11.14 |
---|---|
대무신왕 (0) | 2008.11.14 |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 (0) | 2008.11.14 |
콜드 톰 (0) | 2008.11.14 |
2008 황순원문학상 (0) | 2008.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