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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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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
쑤퉁
문학동네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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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중국 작가분중 한분이 바로 쑤퉁이다. 요즘들어 중국소설을 많이 읽고 있는데, 지금껏 읽은 중국소설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옅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얼마전에 읽었던 한둥의 <독종들>에서는 열네살 소년 장짜오와 그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성장기를 옅볼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사람내음을 맡으며 그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더랬다. 이번에 읽은 <뱀이 어떻게 날 수가 있지>에서는 중국의 실상과 중국 하층민의 서글픈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뱀은 가장 싫어하는 동물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경멸한다거나 혐오스럽다고 느끼는건 아니다. 단지 무섭기 때문에 싫을 뿐이다. 혀를 낼름거리며 끔틀되며 기어가는 모습, 그리고 차디찬 그 몸뚱이가 내 몸에 닿는 상상을 할때면, 괜시리 소름이 돋는다고나 할까? 그런 뱀이 어느날 기차역에 나타난다. 그와 동시 한 금발소녀가 이곳을 찾아온다. 예쁘장한 외모의 금발소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 금발소녀가 기차역 여관에 투숙하게 되고, 목욕탕에 들어갔을때 그 곳에서 뱀을 보게 된다. 뱀을 보며 맨몸으로 소리쳐 나오는 금발소녀,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 도대체 이 뱀들은 어디서 나온거야? 당황스럽던 나 역시 그렇게 소리친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금발소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그리고 뱀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거지란 생각을 하며 그들을 눈으로 쫓았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금발소녀는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전체적으로는 예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옷 차림새는 야했으며 기차역에서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은 정말 이상하게 비칠 만했다. 모두들 그녀를 주시했다. 기차역에서 난동이라도 부린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할때가 많은것 같다. 그저 금발소녀의 외양만 보고 그녀를 창녀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그녀가 이곳까지 온곳은 꿈을 쫓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배우가 되는 꿈을 꾸며, 그렇게 이곳을 찾아왔다. 그녀의 꿈을 이루어줄 그 사람들을 찾아서. 하지만, 그녀의 꿈은 그렇게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일들을 겪는다. 웬지 그녀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겉모습에 비해 그녀 속에 든 또다른 소녀는 너무나 연약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외 렁옌과 커위안, 슈훙이라는 인물도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된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시리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들 역시 꿈이 있고 희망이 있었을테지만, 그들의 삶은 그런 꿈과 희망을 지탱해줄만큼 편안해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성형수술로 부작용이 생긴 금발소녀, 복권에 꿈을 걸다가 미쳐버린 슈훙, 남편이 죽은후 어느새 사람까지 달라져버린 렁옌, 허세와 체면만 부렸던 커위안의 모습들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여러가지 모습들도 함께 본다. 가령 겉으로는 틱틱거리며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살것 같던 금발소녀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나누어 주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또한, 허세와 체면만 가지고 욕을 달고 살던 커위안이 그런 금발소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모습을 볼때면 웬지 가슴한켠이 짠해지기도 했다.


작가는 이 작품속에서 여러 하층민들의 모습을 서글프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연민어린 시선을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냉소적이다. 그래서 더 담담히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절로 한숨이 흘러나오게 된다. 삶의 모습이 이렇다면 웬지 기운이 빠질것만 같기 때문이다. 비록 이들의 삶이 불행해 보이고 서글프게 보일지라도 그들은 나름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그들의 삶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것이다. 비록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뱀이 어떻게 날수 있지? 그렇다. 뱀은 날 수 없다. 그저 끔틀되며 기어갈 뿐이다. 그 끔틀거림은 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묵묵히 기어가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그런 끔틀거림으로 보일 뿐이다. 뱀이라고 날고 싶지 않으랴. 하층민들의 삶 역시 그럴 것이다. 그들의 끔틀거림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며 날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뱀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 중 운좋은 몇몇은 보금자리를 틀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덮을때까지 그 뱀이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우리네 인생 역시 어떻게 나아갈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작중 인물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 것처럼.


징그럽게 생각된 뱀의 끔틀거림이 웬지 처연하게만 느껴진다. 21세기맞이 괘종시계가 고장났어도 21세기는 다가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간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별이(rubiya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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