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
중앙books(중앙북스)
이미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을 통해 우리에게 조금은 낯익게 다가온 리처드 용재 오닐. 나는 <인간극장>을 보지 못했고 아직 매체나 어떤 것들을 통해서도 리처드 용재 오닐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의 이름이 생소했다. 표지 속의 그가 들고 있는 것이 바이올린인지 비올라인지조차도 나는 분간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클래식 또한 내게는 별세계의 음악 장르일 뿐이었다. 이렇게 어느 것 하나 친숙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enjoy the classic’을 해보겠다는 일종의 의지로 책 속에서 그를 만나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라는 이름도 독특하게 느껴졌다. 영어와 한글이 섞여있는 그의 이름에서는 한편으로는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한국계 미국인인 비올리스트다. 아일랜드계 미국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전쟁고아가 되어 미국에 입양되신 어머니, 이렇게 넷은 서로에게 끈끈하고도 특별한 가족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의 완벽한, 아니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행복한 아이로 자라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비올리스트가 되었다. 뉴욕시 의회에서는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 ‘명예로운 시민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지금은 첼로리스트 패트릭 지. 피아니스트 이윤수, 바이올리니스트 쟈니 리와 함께 ‘DITTO’를 구성하고 있다.
손자를 향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마음은 인종을 막론하고 항상 깊고 넓을 것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 쏟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 역시 누구 못지않았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음악적 감성은 어려서부터 클래식과 바이올린을 좋아하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점점 풍부해져갔다. 태어나서부터 도시에서 외떨어진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도시의 아이들처럼 전문적인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할머니는 어린 꼬마의 음악적 재능을 살려주기 위해 짧게는 두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의 도시에까지 직접 리처드 용재 오닐이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운전대를 잡으셨다. 점점 자랄수록 더 좋은 실력의 선생님을 찾아 배를 타기도 했고 국경을 넘기도 하셨다. 하루가 꼬박 걸리는 여정을 무려 십여 년을 빠짐없이 운전하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노력이 그를 진정한 음악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분들의 믿음과 열정으로 바이올린으로 시작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열세 살 때 우연한 계기로 비올라를 연주하게 되었다. 스무 살이 갓 넘었을 즈음 할머니의 죽음으로 그는 음악적으로 더 성숙해지게 된다.
비올라는 바이올린처럼 높은 음역도, 첼로처럼 낮은 음역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솔리스트로서의 연주는 그리 많지 않지만, 높고 낮은 두 음역을 조화롭게 이어준다는 데에서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단다. 그는 비올라의 연주 소리를 마치 아이를 달래고 어르는 어머니의 목소리 같다고 묘사한다.
원래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름은 ‘리처드 마이클 오닐’이었다. 이 이름에서는 그가 한국계인지 전혀 짐작할 수조차 없다. 이런 점에 평소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던 그의 한국인 음악 선생님 부부로부터 ‘용재’라는 가운데 이름을 선물 받은 후로 그는 비로소 리처드 용재 오닐이 되었다. 용재, 용기와 재능이라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리처드 용재 오닐의 클래식에 대한, 더 넓게는 음악에 대한, 아니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많은 클래식도 추천해주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직도 클래식은 내 관심 밖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CF나 영화, 드라마 음악을 통해서 생각보다 클래식이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 비올라를 연주할수록 새로운 비올라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동시에 새로운 점 또한 배우게 된다는 그의 말이 와 닿는다.
오늘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하에스(hazyoun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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