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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홍사장의 책 읽기-자유로운 영혼의 사업가 어느 CEO의 삶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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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장의 책 읽기-자유로운 영혼의 사업가 어느 CEO의 삶과 책
홍재화
굿인포메이션

<홍사장의 책읽기-자유로운 영혼의 사업가, 어느 CEO의 삶과 책>은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책 제목만 보고 대충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는 '그러한' 책이다. 굳이 '그러한'을 풀어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낸 단순한 책제목에서부터 책표지는 더욱 편안한 인상이다. 배낭 메고 한 손에는 책을 들고(이 책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책을 들고 있는 것일까?) 씨익 웃는 올 블랙 차림의 중년 남성은 당연히 저자이겠지요? 책장을 넘겨서 본의 아니게 작가의 프로필을 보게 되면 대략 형식은 상당히 진지하지만-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어디에 근무하면서 어떤 꿈을 꾸었는데...-'발가락 양말로 양말산업의 전 세계적인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라는 본론 막바지를 보면 웃음이 비어져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평소에는 딱 붙어 있는 발가락들이 발가락 양말을 신는 순간 각자 놀 태세를 갖추면서 발의 가락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상상하면 호기심 가득한 꼬마 녀석이 떠오르는데 저자 홍재화 님의 책읽기가 딱 그 모습과 닮아 있다.

"별로 할 일은 많지 않아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주로 배낭을 메고 다닌다. 배낭을 멜 때마다 '바랑을 멘 나그네' 같다. 그런데 이 배낭을 메고 서점에 가면 진짜 나그네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이래저래 남는 시간을 열병하듯 나란히 서 있는 서가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갑자기 난 나그네로 변하는 것이다. 특히 인문분야 서가 근처를 헤맬 때 더욱 분명하게 느낀다. 경제·경영 분야 서가를 돌아다닐 때는 나 자신도 '무언가 새로운 책'을 찾기 위한 목적의식이 칼처럼 서서 의식이 또렷한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인문분야로 가면 갑자기 분위기가 점찮아지고 조용해진다. 선비의 정원에 들어온 기분이 된다." -124쪽

그렇지만, 이런 안 진부하면서도 진부한 '꺼리(책)'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나게 할 수 있을지 내심 김빠지는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디 보자" 하는 심정으로 목차도 슬슬 둘러보고 재미삼아 보자며 책장을 넘기는데 어? 이 책 참 재미있다. 부제에 붙은 '삶과 책'에 어울리게 텍스트 매체라는 책 속에서만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닌 먼저 실전에서 고민하고 분노했던 것들을 책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도피하고 위안을 얻으며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과정이 녹아있다. 홍사장님이 겪었던 뜻밖의 시행착오와 그 해법들은 무척 그럴싸하고 명료해서 앞으로 나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요즘과 같은 경쟁시대에는 아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데 이 책은 뭔가 다르다. 오만과 겸손이 저울대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삶과 책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 기업의 투명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디에서건 기업의 투명경영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턱도 없다는 걸 안다. 그러면서도 막상 내가 기업을 상대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당사자가 된다면 그들의 투명경영을  부르짖을 것이 뻔하다. 사기도 어느 정도지...라면서. 글쎄, 여기서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 진정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 윈-윈 게임이 될까? 그 방법 중의 하나는 분명히 투명성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까지 투명해야 할까? 사는 사람들에게 '나의 마진이 이 정도니 받아들여 주쇼' 하면, '정말 작네요. 더 가지세요' 할 사람이 있을까. (...) 그보다 더 실감나는 것은 원청업체에 납품하는 하청업체일 것이다. 만일 그 하청업체의 재무제표가 공개되어 있고 수익률이 공시된다면, 납품을 받는 원청업체로서는 어쩌면 '사기 당한' 느낌마저 들 수 있다. (...) 그렇다면 윈-윈 게임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보기에는 별로 뾰족한 대안이 없다."

-11쪽 

아이쿠야! 첫 장 '세상을 향한 분노는 무지에서 나온다'는 말은 바로 나한테 하는 소리 같다.

홍사장의 책읽기가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책에서건 바른 것을 말하지만 현실의 삶과 접목했을 때 뜻밖의 질문이 이어져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뜻밖의 질문을 할 줄 아는 분이고 무게 잡고 서재에 앉아서 책에 묻혀 있는 은둔자의 모습이 아니어서 독자로서 더 편안하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로라하는 책 전문가들이 쓴 책 이야기가 책읽기에 허리띠를 조이게 한다면 이 책은 한결 릴렉스하게, 긴장을 풀고 책에 다가서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 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거리에서(trio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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