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드림
박명성 지음
북하우스
뮤지컬 광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바쁜 일상 쪼개서 한달에 한번이라도 뮤지컬을 보려고 노력하는 나름 뮤지컬을 좋아하는 1인이다. 내가 처음 뮤지컬이란 것을 접한 것은 영국 배낭 여행 당시, 그러니까 1994년 되겠다. 그 당시 8파운드(1994년 환율로 약 만원)를 주고 런던 Palace Theatre에서 본 [레미제라블]이다. 8파운드 자리는 3층의 절벽같은 자리로서 앉아있으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좌석이었고 나름 서비스 차원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제공해주는 그런 좌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생애 처음 보게 되는, 그것도 영국의 유명한 극장에서 유명한 뮤지컬을 처음 보게 된다는 설렘으로 가슴이 마구마구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록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뮤지컬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바로 만국의 공통어라고 할 수 있는 음악과 춤으로 되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어린 코젯이 부르는 "Castle On A Cloud"는 눈물이 펑펑 쏟아질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이었고 노래였다.
그 이후로 한국에서 레미제라블을 다시 한 번 보았고, 캣츠/오페라의 유령/시카고 등 소위 대작 뮤지컬들도 많이 보았고 런던에서는 어릴 때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메리포핀스]를 볼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소극장에서 하는 창작 뮤지컬들을 중심으로 보곤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나라에서 공연되는 대부분의 유명한 뮤지컬들은 너무 비싸다. 창작 뮤지컬들도 5만원은 기본이고 라이센스를 주고 구입해와야 하는 브로드웨이 대작 같은 것들은 좋은 좌석을 구입할라치면 10만원은 기본으로 넘는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던 터였다.
이 책은 나처럼, 멋진 공연의 배후에 어떤 피와 땀과 이야기가 있는지 전혀 모르면서 가격이 비싸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우리나라 뮤지컬을 이끄는 프로듀서 박명성님이 자신이 기획했던 뮤지컬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뮤지컬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뮤지컬들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어떤 험난한 여정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첫 단계인 작품 선정에서부터 선정된 작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프로듀서의 외로운 투쟁, 그리고 선정된 작품을 "우리" 무대에 올리기 위한 극본/음악/안무/연출 작업 등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대에 올렸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무대에 올렸다면 그 이후 관객들의 반응을 비롯, 좌석 예매율과 적어도 제작비는 뽑을만큼의 수익이 나는지의 여부를 무대 뒤에서 가슴 졸이며 지키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프로듀서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그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면,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 같은 관객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무조건 비싸다고 투덜댈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정서와 색깔과 선율로 만들어진 글로벌 뮤지컬이 탄생되도록 하기 위해 걸어야 할 길이 아직도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박명성씨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있다면 그 무언들 못하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명성씨가 혼을 바쳐 제작한 창작 뮤지컬 <댄싱 새도우>가 다시 한번 무대에 올려진다면 꼭 보러가리라 생각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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