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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부산 독립선언

 

부산 독립선언

박창희 지음
페이퍼로드 2009.06.10
펑점

부산 독립 선언이라는 책의 제목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자체로 하나의 공화국인데도 불구하고 예전 일본의 식민지였을 때 처럼 지금은 서울의 식민지가 되어 가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단지 서울이 인구가 많고, 땅값이 비싸고, 우리 나라의 수도라고 인식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지방에 살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서울은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서울에 와서 1년을 살아보고서야 깨달았다. 서울 사람들은 생각한다. 서울은 그 자체로 국가이고, 우리나라의 전부란 것을. 지방은 막연히 무섭기도 하고 낙후되어서 손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서울 사람들의 인식만이 이런 것이라면 그것은 다행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을 서울만이 살아남도록 맞추어져 있다. 지방은 정치 경제에서 소외당한 채, 서울 사람들의 식도락지나 자연 경관의 감상지로 전락하고 있다. 그것이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가르치면서....

 

 

 홍콩은 도시국가이지만 1시간만 차를 타고 떠나면 우리나라에서 지방이라고 부르는 곳들을 갈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곳을 홍콩의 얼굴로 생각하지 않는다. 홍콩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일 뿐이다. 나도 홍콩에 가기 전까지는 홍콩은 아주 작은 도시국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곳에도 엄연히 도시와 지방의 경계가 있었다. 홍콩의 지방은 우리나라의 지방보다 훨씬 낙후되었고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우리 나라는 홍콩보다 땅이 훨씬 넓고 도시들도 잘 발달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도시도 서울의 그것을 대신하지 못한다. 워싱턴과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처럼 대등한 관계를 이루지 못한다. 부산은 서울보다 더 유명해 질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는 여건이 좋음에도, 아직도 발돋움을 못 하고 있다. 상기 도시들이 대등한 관계인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 도시들은 도시들 자체적으로 거대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정치를 생각할 땐 워싱턴을 먼저 생각하고, 패션을 이야기할 때엔 뉴욕을 먼저 생각하고, 카지노와 유흥을 떠올릴 때에는 라스베이거스를, 휴양지를 떠올릴 때에는 로스앤젤레스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는 그런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집중 현상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서울 밖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도 거대한 홍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홍콩 자국민이든, 다른 나라 사람이든 자신의 나라를 생각할 땐 곧게 뻗은 마천루와 아름다운 야경을 떠올리고, 쇼핑의 천국을 상상한다. 누구도 홍콩 시외를 떠난 바닷가 한적한 마을을 연상하지 않는다. 홍콩 시 안에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도 이 대로 간다면, 인구의 감소와 함께 있던 인구도 점점 서울에 밀집되고, 나머지 지방은 아무도 살지 않는 잃어버린 땅이 될 것이다.

 

책은 세계의 도시국가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부산도 나름대로 자신의 특색을 이어가며 수도보다 더 유명한 도시가 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의 부산 격인 함부르크. 함부르크가 독일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함부르크 자체의 도시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산도 그런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유명해도, 부산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큰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에는 그런 잠재력이 있다. 부산을 독립 국가화 시켜서 경제를 독립시켜주고, 특별자치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규제를 풀어주고 경쟁력을 키워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울이 우리나라의 전부가 되어버릴 날이 멀지 않았다. 빽빽한 좁은 땅에서 우린 더욱 매연과 고물가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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