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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불어라 평화 바람




 




불어라 평화 바람
문정현 지음
검둥소

인상깊은 구절
해방 후 미군들이 와서 쫓겨났어.............안 나가면 굴착기로 부수어서 어쩔 수 없이 나왔지. 그 후에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딴 사람들이 보상을 받아 먹었어. 똑똑한 놈들이 국방부에서 타 먹었다고. 우린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 지금 사는 집은 국유지 땅이고 건물만 우리 집이야. 산림청에서 이것을 다 사라고 했지만 덩치가 커서 살 수가 없었어. 그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 못 샀고 지금 사려고 하지만 안된다네. 내일이라도 나가라면 나가야 해.
...................230쪽에서 (남수라에 사는 송장식씨)


미군을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가볍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처지 아닌가....한 가지 나쁜 것은 미군들에게 주는 돈이 너무 많아. 지금도 철조망 공사하는데 이 돈 어디서 나왔나? 한국에서 준 것 아닌가.
.................231쪽에서 (남수라에 사는 송장식씨)


바닥을 반짝반짝 닦아 놓아도 칭찬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말은 하지 않아도 쾌적한 느낌은 가질 것이다. 나는 사실 칭찬받고자 청소를 한다. 칭찬해 주면 마루를 하루에 세 번도 닦을 수 있다.
................239쪽에서 (문정현신부님)


카리스마적 지도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대중의 역량이 있다고 치면, 대중의 수 싸움만 남았다. 정부는 군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물리적 힘의 대결은 어림도 없다. 고래의 등을 치는 '정어리 떼'만이 희망이다. 기적 같은 일이라서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모두가 정어리 떼가 되어 손에 손을 잡고 많은 수가 모이는 것만이 힘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의로움에 목말라하고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앞서야 한다.
............239쪽에서 (문정현신부님)



정말 사람이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이렇게 유머를 발휘할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눈구녕과 귓구멍, 그리고 뒤에 서 있는 경찰들의 폴리스라인? 그리고 양초....

평화바람이 활동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5년 동안의 평화 유랑단의 글들은 정말 배꼽을 잡고 웃을만큼 재미있기도 하고 가슴이 아리기도 한 글들을 담아냈다. 앞에서 드러내놓기 위해 거창하게 써낸 유창한 글들이 아니라 뒤에서 궁시렁궁시렁 "누가 뭐라고 했나?" 라고 아닌척하면서 안에 있는 마음들을 한 껏 쏟아놓은 그러한 글들이다. 사진들도 하나같이 그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들은 절대 데모꾼들이 아니다. 이들은 절대 싸움꾼들이 아니다. 그저 내 주위에서 감성이 조금더 예민하고 정의에 약간은 민감하지 않나? 라는 그런 너무나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인 것이다. 그들이 합류하는 곳은 데모꾼들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그저 우리 옆에서 삶을 공유하고 있는 착하디 착한 분들이 계신 곳이다. 오즉 평화만이 그분들의 여린 마음을 읽어낼수 있다.

자신들의 먹을 것을 찾아서 먹기보다는 가족을 우선시하고 가족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길이아니면 가지 말라는 그저 아주 작은 윤리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그러한 사람들이다. 마치 돌아가신 우리아버지와도 같은 분들이다. 우리 아버지도 옛날에 이래저래 겁이 없으시다보니 사고도 많이 당하셨는데 그럴때마다 병원에 계시며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마음보다는 "사고 낸 사람도 마음이 오즉하겠냐?" 하면서 그냥 집으로 오시곤 하셨다. 그런 순박하고 남에게 폐끼칠줄 모르는 우리곁의 묵묵한 분들이다. 그런분들이 왜 평화바람과 함께 촛불을 들었을까? 왜 질기디 질긴 싸움에 나서게 된 것일까?

이라크 파병, 평택의 미군부지조성을 위한 공권력의 횡포에 점점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대추리 마을 사람들을 위해 평화바람은 일어서고 유랑도 한다. 이십대부터 육십대 할아버지인 신부님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평화바람이다.  어느 할머니의 푸념섞인 말마따나 힘이 없어 천일을 촛불을 들었어야 하는데 935일로 끝내고 대추리를 빼앗기면서 그들은 다시 군산으로 향한다.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용산에서 평택으로 군산으로 제주로 미군 기지를 쫓아다닌다. 미군 기지들은 대부분 일본군 기지였다고 한다. 평택의 미군 비행장도 군산의 미군 비행장도 '왜정시대 일본군 비행장'이었다고 한다. 그 때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지만 미군이 들어서고 땅을 넓히면서 그곳에 터를 두고 살고 있던 사람들은 계속 내몰리게 된것이다. 

군산 미군 기지는 미군 기지 확장으로 인해 국방부가 농민들의 땅을 연차적으로 분할하여 강제수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농민들은 억울해하고 있다고 한다. 서해안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시스템으로 편입되어 전쟁 벨트가 되고 군산 미군 기지는 아시아의 미 공군 전투기의 발진 기지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평화바람은 군산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요즘 열심히 나도 촛불을 들었다. 이넘의 광우병걸린 쇠고기때문에 아주 힘들게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가득 메웠다. '천일을 못채워서 그러나~~'하는 할머니말마따나 '시청을 못채워서 그러나~~'하구 시청을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꽉~~메웠다. 그걸로도 부족한가보다. 그래서 미친듯이 정부를 욕하고 미워하고 있었는데 '예전엔 안그랬는데 왜 요즘 이려?'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나만 모르고 있었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있다. 얼마나 있는자들이 무식하고 무서운지를 말이다. 촛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고 있었고 평화바람은 계속 불고 있었는데 난 잠시 그들에게 문을 잠시 잠깐 동안 열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을 계속 열어두어야하는데...평화바람이 통하고 통해서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말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풀빛(qhff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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