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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상식의 힘


 

상식의 힘

차병직 지음
홍익출판사 2009.06.15
펑점

고대 법대 출신의 변호사로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과 사회 문제를 개혁하는데 노력해왔다는 저자의 약력과 함께 책 뒷표지에 날카로운 인상의 저자 얼굴 사진은 이 책이 무엇인가 범상치 않은 글들을 담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데 책 제목이 "상식의 힘"이라니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교차되었다. 하지만 책 내용은 상식과 비상식의 간극 속에서 사람들을 헤매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매우 낯선 비유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의 글솜씨와 식견에 한번 더 놀라게 되었다. 한마디로 나에게는 매우 낯설게 다가온 책이었다.

 

책의 첫머리부터 이공계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크의 낯선 일화가 소개되어진다. 연구소의 잘 다듬어진 정원 모서리 쪽 잔디가 손상되자 얕은 담장을 쌓아올린 하이젠베르크와 그 행위를 조롱하듯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여인상을 담장 위에 올려놓은 연구원들의 이야기, 그리고 안데스 산맥의 준봉 정상에 올랐다 사고를 당해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의 기이한 이야기, 사회주의 국가였던 헝가리로 이민을 가 그곳의 일상에서 사회주의 흔적을 마주하고는 놀랐던 이야기 등 이 책에서는 여간해서는 잘 들어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상식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상식이란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판단력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철학적인 표지 역할도 한다면서 상식의 여러 측면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식은 그 자체로 충분한 자명성을 띠고 있는가 하면, 정확하게 알기 힘든 애매성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상식이기 때문에 진리에 가깝다고 하는가 하면, 타성에 사로잡힌 상식이기에 진리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 밖에서 벌어지는 세상의 모든 불만스런 현상을 상식의 결여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면에서 양면성과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상식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비유들과 사례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상식의 범위는 무척 넓다. 사회주의 노동자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의 오세철 등을 구속기소한 일과 베이징 올림픽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이집트 국가대표선수단에 책임을 물어 처벌하라는 기사를 대비시켰고, 영등포에 사는 어느 세 명의 주부들이 길가의 은행나무의 은행을 딴 것 때문에 그들을 특수절도로 형사입건 시킨 사례도 나오며, 남성용 자위기구는 음란한 물건이고 여성용 자위 기구는 음란한 물건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재미있는 판결도 소개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음악을 듣고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음악적으로 해석하여 독자적인 감상을 하는 것이 상식인지, 미추의 판단은 오직 매순간마다 감상자의 주관적 기분이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상식인지 등 미학에 대한 이야기에까지 이른다. 여기에 양념으로 유럽사람들이 비가 오는데 우산 안 쓰고 다니는 이유, 목적을 가지고 식당에 들어가지 않으면 음식 먹기 힘들거라면서 식당에 들어가는 목적 중 유아체력 단련의 목적, 애완동물의 나들이 목적도 포함된다는 냉소적인 이야기도 실려있다. 또한 매주 축구 경기장으로 달려가 악을 쓰는 것은 섹스를 하지도 못하면서 주말마다 사창가 공연장 무대 앞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정상적 행동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즉, 자신의 신체를 사용하는 놀이는 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관람에만 넋을 빼는 사람은 관음증 환자와 같다는 움베르트 에코의 말을 장정일씨가 다시금 강조한 말을 통해 스포츠의 의미와 상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있는 것이다. 막판에는 아리스타르코스가 무려 2300년전에 지동설을 주장한 사실을 코페르니쿠스가 슬쩍 숨긴 이야기, 밀리컨의 기름방울 실험 조작설,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코이치씨의 이야기등을 통해 거짓말과 역사 관점에서 상식의 의미를 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낯선 책이었지만 우리가 매일 마주하게 되는 상식이란게 얼마나 피상적이며 이중적인지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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