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섀도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섀도우
미치오슈스케 지음 | 오근영 옮김
노블마인

오랜만에 일본인 원작의 미스터리 소설을 접하고 설레였다. 예전에는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일본 생활을 계기로 미스터리 물에 푸욱 빠졌었다. 일본에서는 꽤 많은 미스터리 물이 TV드라마나 특집 드라마화되어 일주일에도 몇번씩이나 방송이 되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미스터리 물을 접할 수 있었고 원작소설을 읽어보기에 이르렀다. 쉬운 문체의 '아카가와 지로'를 비롯해서 '요시다 슈이치'까지 다양한 미스터리 소설을 접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 '미치오 슈스케'씨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다.

작가 프로필에 특이할만한 사항이, 그도 TV드라마로 방영된 '요코미조 세이지'씨의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 소설이라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색다르다! 라는 느낌이 첫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인물은 다섯명이다. 각자의 시선을 통해 겪는 일들이 각각의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그려지고 있다. 암으로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의 장례식 장면을 배경으로 처음 등장하는 남편 '가모 요이치로'. 그를 통해 장례식장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가모 오스케'는 이 소설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이 그 다음 이야기를 잇는다. '가모 오스케'는 엄마의 장례식날, 엄마 아빠와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 '아키'의 엄마를 통해 이상한 환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두 남녀의 정사신과 자신이 보고 있는 남자아이와, 장면을 똑같이 보고 있는 정체모를 남자의 섀도우를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가사일을 도와주러 온 아키의 엄마의 등장으로 또 같은 환상을 보게 되는데, 다음날 아키의 엄마는 갑자기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고 만다....

처음 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판타지 소설이나 공포 스릴러 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오싹한 느낌이 났지만,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묘미는, 끝까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다가, 하나씩 베일이 벗겨지는 가운데, 각각의 사람들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마지막 섀도우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봇물 터지듯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는데 있는 듯 하다. 특히, 중반부 부터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 아무 예측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의 전개가 나중에 허를 찌르는 듯한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너무나 뜻밖의 인물이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는 부분에서 충격이었고, 마지막 결말도 충격이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읽어봤던 미스터리 작품과는 또 다른 구성이 재미있었다. 각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느낌이 다르게 전개되는가 하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초등학교 5학년인 오스케와 아키가 어른처럼 느껴져서 앞 부분을 보고 다시 연령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 장례식 풍습과, 오스케와 요이치로가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식사의 정경이라던가 컴퓨터로 글을 입력하는 과정 등 각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오랜만에 일본에서의 일상에 대해 생각해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소설이라고는 해도, 권선징악의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일도 같지만, 해결된 실마리가 아무런 죄 의식도 없이 처리된 듯도 하여, 조금 씁쓸한 느낌도 묻어난다고나 할까. 그게 또 일본 소설다운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미스터리 소설에 심취해보고 싶다는 권해주고 싶은 한권의 책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타마(moomin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