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 차의 마음
아잔 차|이진 옮김
조화로운삶
마음이 나뭇잎을 타고...
유유히 흘러가면 좋겠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밭 한가운데서 내 안의 초록 어린아이를 만나 아무런 사심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바람과는 정반대로 빡빡하고 복잡하고 숨 막히는 현대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느닷없이 태국의 고승 아잔 차 스님(1918~1992)을 만났다. 용감하게 벗어나지 않을 바에야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곤 자꾸 환경 탓을 한다는 건 참 옹졸한 짓이건만 어제만 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 다니는 길보다 차 다니는 길이 너무나 넓다' 생각했다. 생각을 하는 중에도 앞에서 뒤에서 엔진소리를 내며 잡아먹을 듯이 달려오는 건 고철덩어리 자동차이기도 하지만 더욱 날뛰며 나를 못살게 구는 것은 다름 아닌 '내 마음'이었다. 갈수록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 적이 많아진다. 왜 그럴까?
살아생전 아잔 차 스님의 법문을 모은 책 <아잔 차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마음이 왜 그렇게 요동을 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특히 '자아'에 얽매여 살았는지 모른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던 것 같긴 하다. 말한 사람 역시 내 눈에는 욕심덩어리로 보여서 지나쳐버렸다. 따르는 제자들이 하도 말썽을 부리자 중도를 지켜야겠다고 한 선생이 나는 너무 무책임해 보여서 코웃음을 치고 만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어지간한 사람들도 뭔가 공부는 했지만 그 사람 자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선심이 보이지 않으니 수행이 부족했다는 말도 된다. 아잔 차 스님의 법문이 비록 생생한 육성은 아니지만 유난히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은 공부보다 수행 중심으로 맑고 소박하게 사셨던 삶을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달해주시기 때문이다. 스님의 가르침은 때론 유쾌하며 단순 소박하지만 그것들을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스님의 수행이 얼마나 깊었을지 감히 짐작만 해볼 따름이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고[無常 ], 불만족스러우며[苦], 자아가 아니라[無我](35쪽)" 한다. 즉 모든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고 흘러 변화하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生老病死]을 겪게 되어 있다고 하며, 내 것이라는 집착... 아차! 마음공부를 딱딱한 글로 푼다는 건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먼저 눅어진 마음으로 이런 모든 것을 알고 깨달아 놓아버리면 평화로울 수 있다고 하는데 책 한 번 읽은 나는 알 수가 있나...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수행이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을 받은 아잔 브라흐마의 술취한 코끼리(마음) 조련에 관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이 책도 곁에 두고 수행 교과서로 삼으면 좋겠다. 나는 이 책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내 마음이 새털같이 가벼워져서 세상흐름에 유유히 흘러가도록 훈련해 보고 싶다.
훈련되지 않은 마음은 예전의 습관대로 아무 데나 돌아다닌다. 한 번도 훈련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미친 듯이 날뛴다. 마음을 훈련하라. (173쪽)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숲 속에 들어와 살고 있다. 우리는 달아났다. 두렵거나 현실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 만족하기 위해서였다. (142쪽)
공부만 하고 수행하지 않는 자는 국 냄비의 국자와 같다. 국자는 하루 종일 국 냄비 안에 있어도 국 맛을 모른다. (507쪽)
짜증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자주 마음이 혼란스러운 사람, 삶이 불만족스러운 사람... 모두 마음훈련과 놓아 버림이 절실하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거리에서(trio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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