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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 김진묵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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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강원도 춘천 오항리라는 두메산골에서 김진묵을 처음 본 순간 진정한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당시 40대 중반에 들어섰음직한 김진묵은 그 해맑은 눈빛이나 때묻지 않은 어투, 그리고 소탈한 웃음 등 지금까지 내 기억에 남는 그의 인간적 실루엣은 소슬한 가을바람에 여린 나뭇잎처럼 온유하게 흔들리거나 한 여름 시냇가의 사금파리처럼 총명하게 반짝이는 양면의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늘 우리의 따뜻한 이웃집 아저씨임과 동시에 세상을 닮으려 하지 않는 이단아로서의 이중적 모습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창조적 사유에 빛과 그늘의 역할을 해주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잠시 소식이 두절된 사이에 이미 그는 음악평론가의 위치를 훌쩍 뛰어넘어 음악을 통해평화와 화합으로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반전평화운동가로 변신해 있었다.

그가 보내온 책 '흔들리거나 반짝이는'을 단숨에 읽으면서 그가 여태껏 추구해온 자유, 평화, 그리고 화해의 정신세계가 한 권의 책에 너무 잘 녹아 있어 그의 정신세계를 껴안고 가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작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서울과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두메산골 자신의 집을 오가면서 분주하게 방송출연과 공연활동, 강의, 음반작업 등 음악에 관련된 모든 장르에 걸쳐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모습이 잠시 안 보인다 싶으면 영락없이  인도나 아프리카, 호주, 중국, 베트남 등을 순례하며 온몸과 마음으로 삶에 대한 치열한 물음과 그에 대한 독특한 해법을 찾아 지적 성숙의 강도를 한없이 높여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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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년기에서 청소년기에 이르는 시기,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 음악을 통해 진정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베토벤, 비틀즈, 이미자, 그리고 알제리의 민속음악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 만찬은 여지없이 상식을 깨 주고 있으며, 나아가서 음악에 대한 열정하나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의 의미도 알 수 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60여편의 심상치 않은 음악과 삶에 얽힌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의 마음 속에  비워야 할 것이 무엇이고,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진묵에게는 지식인들이 걸치고 다니는 오만과 편견이 없다. 따라서 그는 동서고금의 모든 음악을 사랑한다. 그가 보는 관점에 의하면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음악이다. 하늘에 존재하는 것들도, 바다에 존재하는 것들도, 과거에 존재하는 것들도, 미래에 존재하는 것들도, 모두 아름다운 음표들로 흔들리거나 반짝인다.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김진묵 지음 / 320쪽 /정신세계사/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