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신작 수필집 '반성문'을 단숨에 읽어내려 가면서 느낀 점은 '이철환'이란 작가는 하늘이 무한히 도와주시는 작가라는 깨달음이었다. 한 마디로 다시 말하자면 그가 사랑하는 하나님은 그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도구로 아낌없이 쓰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물경 360만부가 넘게 팔린 '연탄길'도 그랬고, 그의 대부분의 책들이 어쩌면 요즘 시대적 상황에 절묘하게 딱 들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번 책은 그 표제에서부터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난무하는 많은 거짓된 것들에 대한 회의와 실망, 그리고 좌절을 넘어선 분노의 감정 등이 폭발 일보직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정화되어진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문체는 시적이고, 동화적이고, 몽유적인 것 같지만 실제 그의 글 속을 들여다보면 그저어린아이들 같은 유치찬란한 감정의 배설이 아니라 몇 번씩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그 진의를 깊이 개달을 수 있는 그런 사유의 문장들이었다.
이 책에는 삼라만상을 온 몸과 맘으로 껴안고 사랑하고자 하는 작가의 진심이 잘 녹아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서두에서 이 책의 모든 것이 반성문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가 반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폭이 넓다. 나무와 꽃, 풀, 곤충, 같은 자연에서부터 가족과 이웃사람들, 제자, 아쉬웠던 과거, 심지어는 깡다구 없음에 대한 반성까지... 쉽고, 짧고, 단순한 글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세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철환의 글이 늘 그렇듯이 잔잔한 문체와 감동적인 이야기가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따뜻하고 훈훈한 불씨 하나가 마음 속에 살아나는 느낌이 듬과 동시에 거짓과 위선이 사라지고 오직 정의와 공의가 하수 같이 흐르는 진정 살 맛 나는 세상을 언제나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짧은 평생 불의에 저항하며 온 몸으로 시를 썼던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 한 편이 주는 의미가 보다 큰 감동으로 가슴 속에 밀려온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1930-69)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0) | 2007.08.21 |
---|---|
펀드투자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 (0) | 2007.08.14 |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 김진묵 에세이 (0) | 2007.08.07 |
지금 .내 마음은 얼마나 평화롭지......? (0) | 2007.08.05 |
뭔가? 일이 풀리지 않나요? 답이 있어요. (0) | 2007.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