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
김범진 지음
갤리온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대학생들이 고안해 낸 게임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에게서 시작해도 4단계 안에 케빈 베이컨에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와 이웃집 아저씨가 4단계 안에 연결된 인맥이라니 기묘한 일이다. 어느 정도 나라와 지역적 한정은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데에는 사람의 특성이 한 몫을 한다.
사람은 무리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본의 아니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인맥을 가지게 된 케빈 베이컨이 아니라 해도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물건은 반드시 누군가가 생산해낸 것이다. 만약 연결이 되지 않은 인생을 산다면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할 것 이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것이 발명된 이후 직접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올려놓은 글로도 누군가와의 소통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이라 '나비효과'라는 말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저 먼 곳의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되었듯이 나의 작은 배려가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힐튼 호텔의 창업자는 어느 밤 방을 원하는 노부부에게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그 일로 인해서 힐튼 호텔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거대한 보답은 바라지 않지만 세상은 연결된 것이라는 점을 잊고 나쁜 행동을 하면 언젠가 반드시 응분의 대가가 돌아온다. 이 책 '섬세'에서 하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다.
현대의 사회는 예전과 달리 개인화되고 인간이 소외되는 것 같은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정을 강조하는 사회였던 것도 지금에 와서는 많이 개인주의화되어 버렸다. 덕분에 정이라는 것 자체도 상술의 하나가 되어 '욕쟁이 할머니'를 찾아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욕을 듣고 싶어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길을 걸어가다 누군가 넘어져도 일으켜 주려는 사람이 적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늘어났다. 여유시간에는 자기계발에 힘쓰거나 휴대용 동영상기기를 통한 시청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홀로'보내고 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작아지고 외로워진 세계,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연결을 바란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하면 많은 사람들과 연결이 될 수 있다. 업무에 있어서 어려움이 생긴 직원이 전 세계의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면 하루에 적어도 10통의 답신이 온다고 한다. 작아진 세상이 더 넓어진 것이라니 기묘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따로 떨어졌지만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했고 발달을 위해 거침이 용인되었던 시기가 지났다고 한다. 이제는 섬세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외로워진 세상에는 섬세한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한다. 씨줄과 날줄로 엮여진 조밀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자신에게 언젠가 돌아오는 터라 많은 행동을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작지만 크게 연결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덕목이 섬세라고 말하고 있다. 소통의 기술에 직면되는 것이기도 하고 연결되어 있는 만큼 작은 실수가 큰 재앙을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은 실수가 만들어낸 큰 재앙을 분석한 하인리히 법칙에 가까운 이야기들과 섬세함을 잘 살려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교합해서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섬세함이란 것은 기존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섬세함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와의 연결이며 부드러움이고 또한 아름다움이다.
이 섬세라는 개념은 예민하다는 것과는 차별이 이루어져 있다. 한 예로 탈의실에 안경을 둘 곳을 만들어놓은 작은 배려나 양쪽으로 호흡을 해서 상대편의 시선을 읽는 박태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섬세함이라는 개념은 아름답지만 모호한 면이 있고 자기계발서라기보다 명상서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다소 들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딱히 지적하지는 않았던 섬세란 개념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야기 해주는 것이 좋았다. 누구나 원하게 될 품성 '섬세' 인상 깊게 읽었다. 자신이 섬세하다고 생각해서 그 섬세함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에이안(aria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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