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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혼까지 일터에 묻게 하라

 




영혼까지 일터에 묻게 하라
조용욱 지음
새로운제안

영혼까지 일터에 묻으라니 책 제목이 주는 느낌이 사뭇 의미심장하게 들려질수도 있겠지만 책 내용까지 그런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 책의 부제목이 "위대한 조직문화를 창조하는 코칭 리더십(Good to Great with Coaching)"이듯이 일터에서 이른바 코칭 리더십을 발휘하여 인력관리를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한국전력공사 인사제도팀장으로 1984년 한전 입사 이래 거의 20년 넘게 인사 실무에 종사한 인사전문가라고 한다. 저자가 이런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현재 한전에서 저자의 지도아래 코칭 리더십에 대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전직원에게 코칭 문화 도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어쨌든 인사제도 문제에 코칭 이야기까지 나오니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요새 조직이나 인사제도 관련한 책들을 많이 읽어본데다가 아내가 몇 년전에 코칭 리더십을 응용한 학위논문을 쓸 때 옆에서 도와주면서 많은 부분을 같이 공부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The 8th Habit)"이란 책을 인용하며 리더의 역할을 모범 보이기, 방향 설정, 한 방향정렬, 임파워먼트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게 아내가 논문 주제로 삼았던 이른바 4RL(The 4 Roles of Leadership)인데다가, 매니지먼트와 리더십 영역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도표화 하여 제시하는 부분 역시 관련 논문들에서 많이 다루던 주제들이었기에 내용이 친숙했다.

사실 이 책의 서두에서부터 저자가 주장하는 순리대로 살자는 자연법칙 역시 스티븐 코비가 제시한 원칙 중심의 리더십에서 나온 말이다. 일터에서도 자연스러운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인간 존중의 조직문화로서 코칭 리더십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코칭은 다른 사람이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스스로를 완성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바로 코칭이란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바람직한 코칭이란 어떤것인지 상세히 예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코칭을 잘하기 위한 여러 기법들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공감적 경청, 열린 질문,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단계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공기업보다는 사기업들이 시행중인 일과 조직 중심의 인사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등 서양의 인사제도의 특징이 바로 직무중심의 경력개발계획(CDP)이나 성과에 따른 연봉제이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사람을 우선시한 경력 중심의 인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게 억지로 연봉제 등을 도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성과자체만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참된 성과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일정기간 동안 이룩한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차등보상하는 형태로 성과주의 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이것은 단기적인 결과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즉, 진정한 성과주의는 성과 자체보다는 성과창출능력의 향상을 강조해야 하며, 이것은 부하직원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 목표를 추진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게 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 바로 코칭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코칭 리더십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인사제도를 어떤식으로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코칭 리더십 기반의 MBO(목표에 의한 관리 방식)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피터 드러커에 의해 확산된 것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이 잘못되었는지 목표관리라고 해서 성과 목표에만 중점을 두어 실패했다고 한다.

목표관리가 아니라 목표에 의한 관리방식이기 때문에 목표를 중심으로 한 목표달성 과정에 대한 관리를 하라는 것이 참 뜻이라고 한다. 사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목표에 의한 관리방식은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하고, 회사의 전략 및 목표와 연계되어 있으며, 실현가능하고, 한시성을 가진 성과 목표를 만들고, 이를 코칭 및 피드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 나가며 마지막에는 결과의 질, 프로세스의 질, 결과의 양, 프로세스의 양으로 나눠 목표 대비 성과를 측정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개인들에게 알맞는 코칭 및 피드백을 적용하는 것도 이른바 심리검사 등에서 많이 활용되는 행동유형진단프로그램인 DISC를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즉, 개인별로 주도형, 사교형, 신중형, 안정형인지 파악해서 그에 맞는 코칭을 시도하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개인들에게는 4가지 성향 모두가 혼재하기 때문에 그냥 사람의 성향을 이해하는 기본 틀로만 삼고, 성급한 추측이나 단정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람마다 유형이 다르니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 DISC가 나오지만, 몇 년전에 우리 회사에서도 각 개인별로 DISC를 활용하여 행동유형을 파악한적이 있었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라는데 있다. 지속적으로 그 행동유형에 따른 코칭과 피드백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그 자료들은 한번 보고 버려지는 자료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목표에 의한 관리방식의 인사제도 역시 우리회사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하며 회사의 전략 및 목표와 연계되어 있는 성과 지표(KPI)때문에 전사 차원에서 매우 높게 설정된 목표가 조직 차원이 아닌 개인에게 까지 그대로 부과되는 문제점을 낳고 있으며, 성과 평가에 있어서도 양적인 측면과 결과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는 여건상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SABC형태의 인사평가는 매우 낯익은 평가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뒤에 말도 안되게 높게 부과된 목표를 목숨걸고 달성하고도 겨우 B(성과 100% 달성시 평가점수)를 받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었다.

다행히 우리 회사에서 이 제도는 인사경영지원 부문의 부사장님이 새로 오시면서 지난해부터 3단계 평가로 싹 바뀌었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직장 생활에서 개인의 변화와 발전을 지원하는 코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10년전부터 지금까지 내 상관들이 과연 코칭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제 조직의 중간관리자로서 내 부하들에게 나는 코칭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자문하기도 했다. 정말 이 책의 제목대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할 수 있을만한 조직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일과 조직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 직장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kangsc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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