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완벽한 유혹자의 길
어릴적 돈 쥬앙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그 영화를 통해 난 돈 쥬앙이 어째서 희대의 바람둥이가 될 수 있었나 하는 비결을 알 수 있었다..그 비결은 크게 특별하거나 거창한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수많은 평범한 남자들과 돈 쥬앙이 다른점은 단 하나..바로 여성들을 대함에 있어 돈 쥬앙은 항상 생각하기를 이 세상의 모든 여자는 제각각 자기만의 예쁜 구석은 반드시한 군데씩은 있다고 보았고 또 그 '예쁜 구석'을 누구보다도 잘 찾아내고 끊임없이 칭찬했다고 한다..
실제로 돈 쥬앙의 그런 마음가짐은 꽤나 효과가 있었고..
되바라지게 그걸 곧 잘 따라하던 필자는 학창시절 이미 '어설픈 유혹자'의 문턱에는 들어선듯 보였었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연애란 항상 실력수학정석의 '집합과 명제'나 성문종합영어의 'to 부정사'와 같이 매번 시작만 거창하고 기출문제 조금 깔짝거리다가 정작 핵심적인 미적분까지는 진도를 못나가는..그래서 앞부분만 손때가 묻어 새까맣고.. 다시금 마음잡고 책상에 앉았을땐 또 첫장부터 다시봐야하는 그러한 것이었다..
친구들의 과반수가 이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애기아빠가 되어감에 따라..'아 나도 이제 장가란것을 가긴 가야하는 거로구나'란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찾게된 책이 바로 이 책이 되겠다..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의 초반부는 앞서 거론한 돈 쥬앙의 마음가짐과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수세기를 전해내려 온 진리인 '용감한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란 명제에서 그 모든것이 시작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를 견고하고도 적절히 오래 유지해서 '결혼'이란 인생의 제 2 관문으로 돌입할 수 있는..관계의 기술을 습득하고자 했던 본인의 기대에는 상당부분 벗어나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완벽하게 유혹하는 방법에만 모든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초반이다..
나의 연애란 정석책의 앞부분은 벌써 새까맣게 손때묻고 너덜너덜해져 버렸는데..그래도 중반부의 '대화'편은 꽤나 유용하다..
비단 여자를 꼬시기 위한.. 아니 꼬신다는 저속한 표현보다는 여성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대화뿐만 아니라..그 범위를 확대시켜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법에도 충분히 접목시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끔 하는데도움이 될 만한 요소들이 꽤 있었다..
주위에서 술에 취하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막말을 해버리는 사람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있는 요즘이라 그런지..특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부분인것 같다..모든 여자들을 단 몇분만에 '설득'할 수 있는 완벽한 유혹자까지는 아니더라도..그냥 같이 즐겁게 일하며 어울릴 수 있는 평범한 직장동료 정도만 되면 되는데..
말한마디 잘못해서 여러사람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얄미운 나비같은 사람은 이 책의 대화편만 보아도 충분히 집단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이 책의 후반부인 '감정적인 관계의 심화'편에 접어들면 갑자기 판이 커지는 느낌이다..맘에드는 여자를 보면 3초안에 바로 대쉬를 할수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고..상대방이 호감을 느끼게끔 유머스럽고도 조리있게 대화를 잘 이끌어나갈 스킬이 있는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어설픈 유혹자'들 조차도 이 챕터에 접어들면..아.. 참 완벽한 유혹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란걸 느끼게 될것이다..
완벽한 유혹자는 바쁘다..취임 첫날 12개의 공식적인 행사를 소화한 이명박 대통령 보다도 더 바쁘다..완벽한 유혹자가 되기 위해서는..여자의 일생에서 행복했던 추억을 채취해내는 집요함과..애완동물과 동행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다정함과..어느 장소에서건 무드있고 섹시한 분위기를 만드는 상황연출력과..여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일련의 이야기 보따리를 항상 준비해두는 얇고 넓은 지식과..몇초간의 무의식적인 행동에서도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간파할 수 있는 예리함과..
더 나아가..운동은 기본에 춤은 옵션이고..최면술과 마술 및 손금보기를 익혀야하며..각종 심리 테스트와 레크레이션을 줄줄 꿰고 있어야하며..NLP테크닉(신경언어학적 프로그래밍)까지도 습득해야 한다..참 멀고도 험한 완벽한 유혹자에 이르는 길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키가 2미터에 달하는 '플레이 보이'지의 수석 기자이다..타고난 신체조건과 직업적인 유리함에도 모자라 그는 완벽한 유혹자로 거듭나기 위해서..세계 각국의 내노라 하는 '선수'들에게 소위 말하는 '쪽집게 과외'까지 받았다고 한다..
가뜩이나 성에 대해 개방적인 미국이란 나라의 상황을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추어 적용시키려 하다보니..이 책은 여러군데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소들이 많은것이 사실이다..
영어 교과서에 나오듯 당장 밖에 나가서 써먹을 수 있는 여러가지 예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소리내어 한번씩 따라 연습해 보면 이 느끼함을 과연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것이다..
예를들면 이런것이 있겠다..
'이런 식으로 여자에게 키스를 한다'
"마술을 하나 보여드릴까요? 눈을 감으세요."
여자에게 키스한다. 여자가 화를 낸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죠?"
"아주 오래된 마술입니다. 키스라고 부르지요. 이걸로 아주 멋진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아니면 토끼를 꺼내는 단조롭고 고리타분한 마술을 원하셨던 건가요?"
(P.241)
이 책은 앞표지에 경고 문구를 하나 적어 두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뻔 했다..적절한 것만 따라하라고 말이다..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이 다른 어떤 종류의 책보다 더욱 더 필요하다..
흥미롭게 읽히긴 하나..매일 퇴근후에 완벽한 유혹자가 되기 위하여 나이트 클럽으로 달려가면 자기계발은 언제하나..
완벽한 유혹자가 되기 위해 이 책에 소개되는 엑서사이즈를 하나 따라한다고 가정해 보자..
출근길 선릉역을 나와 삼성역쪽으로 걸어가다가 마주오던 슈퍼모델급의 꽃사슴같은 그녀를 발견하고 3초이내 들이대는 용기를 발휘하여 이 책에 소개된 '여자에게 말을 거는 성공적인 세 가지 전략' 중 아주 대담한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낯선 남자와의 섹스를 상상하실 수 있나요?"
-_-
누가봐도 명백한 성희롱이다..
형법 제298조에 의거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책든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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