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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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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황상윤 지음
지성사
 
 
제목 그대로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상황 속에서 어떤 철학적인 의문이 숨어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일상이 소소하다고 말할 정도로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철학의 특성상 철학의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면 더 이상 소소함을 벗어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지는 사회에 대한 판단이나 생각에서부터 오늘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건지 선택하는 문제까지 철학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문제는 없다. 그저 그런 판단을 내리는 과정 중에 자신이 철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은 그렇게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가 결론을 내버린, 스쳐지나간 무수히 많은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토록 우리가 선택할 때 사용한다는 철학은 도대체 무얼까? 답은 나도 모른다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제까지 역사에 이름이 올랐던 위대한 철학자와 이 책을 쓴 황상윤 저자의 대답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자렌지의 원리를 몰라도 전자렌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철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철학을 할 수 있다고 한 저자의 말대로 그저 철학을 해보기로 하자.


우리가 사실로 믿어 의심치 않던 과학에 대해 생각해볼까? 과학은 대부분 사실로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과학도 하나의 신념 체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과학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이유는 예측과 후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과학은 보편법칙의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관찰과 실험으로는 보편법칙을 세우지 못하는 게 문제다. 관찰과 실험이라는 개별적 사물에 대한 진술이 바로 보편적 명제가 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사례를 통해 보편적인 명제를 도출하려는 귀납법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귀납법도 완전하지가 않다. 얼마큼 많은 사례를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관찰과 실험을 살리기 위해 그것은 법칙을 발견해내는 게 아니라 가설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한 명제를 가설로 세운 후에 그에 맞는 개별적인 명제를 연역해내지만, 그것 또한 보편적 정당화가 될 수 없다. 단지 그건 확률적으로만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관찰자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사물에 대한 생각이 가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관찰과 실험은 객관적일 수가 없다. 오로지 그것을 통해 정당화하고자 하는 이론에 의존적일 뿐이다. 쿤의 패러다임 이론에 따르면 과학자 집단의 믿음에 따라 과학이 결정된다. 각 패러다임에 따라 믿음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며,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과학은 증명 불가능한 믿음에 근거한다.


이 책이 참 좋은 이유는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정말 알기 쉽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신을 보여주는 21세기 과학]이란 책에서도 과학은 믿음에 근거한다는 내용을 읽었지만, 물론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소개했기에 훨씬 더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열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도 있었다. 전문 용어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반면에, 이 책에선 (2부 매트릭스, 꿈을 꾸다)편에서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고 있는 세계를 하나의 매트릭스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계를 하나의 시온으로 정해두고, 영화의 줄거리를 따와서 아주 재미나고 흥미롭게 전달했다. 그 와중에 절대 불변할 거라 여기는 과학이라는 것이 사실은 하나의 믿음에 근거했을 뿐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맞다, 말 그대로 도출해낸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순차적으로 내용이 물 흐르듯이 연결되어 마지막 우리가 도달해야 할 부분까지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도착한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읽었던 철학책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1부에선 철학의 의미를, 3부에선 인간성의 의미를, 4부에선 도덕가치에 대해, 5부에선 유물론의 관점에서 본 역사에서 이제까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유물론을 다시금 정리해주고, 6부에선 인민으로서 임해야 할 정치에 대해서 전달한다. 제목으로만 보면 정말 어려울 것도 같지만, 아니다, 정말 쉽다. 이렇게나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전달한 철학책은 처음인 듯 하다. 아무래도 많은 용어와 철학자들을 나열하다보면 어려운 게 인지상정인데, 여기엔 그런 우려가 전혀 없다. 내게 보기엔 철학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으면 철학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이로구나 새삼 깨달을 수 있을 듯 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행복한 시나브로(019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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